전국적으로 응급의료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석연휴 의료공백 위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국민을 실망케 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보여주기식' 응급실 현장방문 등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급기야는 여당 지도부에서도 책임자인 정부 인사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정브리핑에서 "의료현장에 가 보라. 비상진료체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중증·난치 환자를 떠난 전공의가 먼저 잘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스스로 전화해 증상을 물어볼 수 있으면 경증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전공의는 보조적 신분이라 의료의 주축이 아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의사 출신 의원들은 개탄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상윤 사회수석, 한덕수 총리, 박민수 차관 등을 언급하며 "개별 전공과목의 수련이 국가의 미래 의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 정부에는 아는 사람이 정말 한 명도 없다"고 질책했다.
이어 "세트장 같은 응급실을 한 번 돌아보더니 '필요하다면 예비비 편성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고 하고, 응급실 한 번 다녀오고나면 갑자기 알게되는지, 보여주기식 행사 없이는 깨달음도 없는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409개 응급실 중 99%가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전공의 이탈로 평상시 대비 73.4% 가동되고 있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정부 관계자들은 반나절이라도 응급실에 있거나 구급차부터 타 보라"며 "지금의 의료붕괴는 숨길 수 없고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건복지부 차관이 한 말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면서 "잘 준비된 현장만 방문해 설정 사진을 찍고 문제 없다고 대통령실에 보고해선 안 된다"고 일침했다.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금년 2월부터 8월까지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가 지난해 대비 52% 증가한 7만건 이상이라는 자료를 5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전공의 사직 여파로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 이렇게 진료제한 메시지가 계속 속출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응급실이 원활히 가동된다고 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일침했다.
유승민 前 국민의힘 의원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료붕괴 사태를 해결하고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할 책임은 분명히 대통령·총리·장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SNS에 "대통령은 오기와 독선을 버리지 않고, 총리·장관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말실수를 하고 땜질식 대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여야 대표는 만나 엉뚱한 얘기만 하고 시급한 문제에 대해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의대정원 확대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실패 인정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 결정"
거대 야당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해 의료대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사태를 키운 복지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 모두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여당 지도부에서도 의정사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책임자 경질을 거론했다.
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의정사태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보고한 것,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한 것, 정책을 수시로 바꿔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을 실망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라"고 주문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책임부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 이미 의정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정부 인사 경질 필요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