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의료기관의 간병인 관리·감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간호협회를 포함 보건의료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환자·보호자가 사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을 의료기관이 관리·감독하게 될 경우 의료기관이 법적 분쟁과 관련된 책임을 떠안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 간병을 간호 돌봄의 한 맥락이 아닌 별도 영역으로 분리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간호계는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유관단체는 이 같은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이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토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상 간병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관리·감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에게 양질의 간병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 대한요양병원협회 등은 공통적으로 "사적인 고용관계를 의료기관이 관리·감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기관과 간병인 사이 발생 가능한 법적분쟁이 생기면 의료기관이 책임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며 "의료기관에 행정부담 및 비용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간병인을 별도 관리하도록 법제화하기보다는 현재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및 국가적 시책에 대한 재정지원책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금년 4월부터 진행 중인 정부의 '요양병원 간병시범사업' 결과와 평가를 토대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요양병원협회와 병협 시각이다.
요양병원협회는 "간병인에 대한 체계적 교육훈련과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려면 국가 차원의 간병서비스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역시 "의료기관 소속 종사자가 아닌 사적 간병인의 과실에 대해 의료기관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어 "사적 간병인을 양성화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간호계는 의료법에 '간병인'이라는 직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병을 간호 돌봄의 한 맥락이 아닌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간호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직역 신설보다는 시범사업 진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해 기능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일부 수용' 의견을 냈다. 간병인력 양성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간병인력 정의, 자격, 업무범위, 양성기관 설립 등에 대한 정책 효과 분석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간병인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아닌 간병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토록 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지민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간병인력 범위 안에 의료법상 간병지원인력, 보건복지부 간병서비스 제공인력인 간병지원인력·요양보호사·활동지원사 등의 포함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