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병상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진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피해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형병원에 입점한 식당, 카페의 매출이 급감한 것은 물론이고 인근 소상공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외에도 병원식을 담당하는 단체급식 업체들과 간병인, 사설 구급차 일감도 줄었고, 이른바 '환자방'으로 불리는 환자 전용 고시텔도 손님이 없어 방이 텅 빈 상황이다.
병원 비상경영체제 영향 근무축소···청소 노동자들 '좌불안석'
전공의들이 정부의 갑작스런 의대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장기화 되고 있다. 교수들도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병원 경영상황이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문제는 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청소노동자 근무시간 감축 등 하청 노동자 중심으로 적지않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일부 병원은 구조조정 대상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청소노동자는 실직이 생사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 되거나 별도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청소노동자에 대한 근무시간 축소, 강제 연차 권유, 무급휴가 권유 등 상황이 덜 하지만 서울 주요 종합병원의 경우 임금축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장은 “전공의 사태로 청소노동자의 무급휴가에 대한 권유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청소 노동강도는 세지고 퇴근시간은 1시간 일찍 퇴근시켜 비용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통해 강제 연차 권유하는 형태도 이뤄지고 있다”라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인데 주말 근무를 5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상황도 있어 생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모 병원의 경우 통상 근무시간 이전에 청소노동자들이 퇴근하는 등 근무시간 감축 정황이 포착됐다. 의료대란이 장기화 될 경우 임금감소를 넘어 구조조정 등 실직 위기도 점쳐진다.
국내 한 종합병원 청소노동자 A씨는 “3월 18일부터 연장근무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병원 특성상 평상시 연장근무를 1시간하고 토요일 근무도 했지만 모두 없어져서 실제 급여 삭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공의 분들과 달리 우리는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 삶과 죽음을 오갈 정도로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의사 선생님들이나 간호사 분들은 무급휴가, 휴직 쓰라고 하면 살수 있지만 우리는 느낌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의료대란이 더 길어질까봐 무섭다. 지금은 근무시간 축소지만 고용불안을 많이 느끼고 있다”라며 “지금 현장에서만 봐도 환자 분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빨리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은 “일단 영향을 안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병동이 폐쇄 되면서 거기에 했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고 청소노동자도 교섭을 해야 되는 시기인데 불안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 자리 잃은 간병인···파견업체도 수익 악화 '고통'
청소노동자를 넘어 간병인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정황도 일부 있었다. 진료 차질로 환자가 줄어들면서 간병인을 찾는 사람들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주요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에 간병인을 파견하는 B회사는 진료 환자 감소로 간병인 고용이 줄고 있다며 정부에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고령환자 중심 진료, 돌봄이 쉽지 않아 의료대란 장기화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병인 파견 업체 대표 C씨는 “의사 선새님이 없으니까 환자가 줄고 있고 그러다보니 간병인도 줄어들고 있다”라며 “줄어들고 있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병인 분들 일 80% 가량은 줄었다”라며 “의료대란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간병인 등 힘없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돈을 벌어야 집세를 내고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간병인 파견 상황도 마찬가지다. 광주간병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간병인 문의가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인은 물론 파견 업체들도 수익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간병인 문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우리가 바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의대증원 사태가 빨리 마무리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병원 이용 어려워 사설구급차 이용률도 '악영향'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의료대란이 사설 구급차 이용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다 보니 사설 구급차 이용률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와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따르면 사설 구급차 운영 업체는 전국 145곳, 1200여대에 달한다. 119를 보조하는 역할로 병원 간 이송 과정에서 이용률도 80% 이상에 육박한다.
하지만 국내 사설 구급차 업체들은 ‘전공의 부족’ 등을 이유로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 주요 병원들이 신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진료 예약에만 거진 한 달 이상 소요되고 있고, 의사 부재로 응급 환자 수술이 어려워 병원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사설 구급차 이용률 급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 A씨는 “이용 건수가 줄 수 밖에 없다”라며 “저희의 겨우 서울 주요 종병으로 이송하는데, 구급차가 간다고 대학병원이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전달하면 전공의들이 없다고 해서 못 받는다 이런 케이스 많다”라며 “체감상으로 5~60%는 줄어든 거 같고 수익적으로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