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의정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환자들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환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야겠냐"는 말까지 내놓을 정도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환자들은 의정갈등 장기화의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달 16일 의대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기각·각하 판결을 내리고 24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승인했다.
굵직한 변곡점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정부는 여전히 대치 상태에 있다. 정부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의대 증원을 강행하고, 의료계는 이에 맞서기 위해 대법원 상고 및 촛불집회를 추진 중이다.
연합회는 "환자의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 정부와 의료계 양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놓고 벌여온 소모적 강대강 대치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는 게 연합회 요구다.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연합회는 "정부는 증원 자체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응급, 중증외상, 중증소아, 분만, 흉부외과 등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필수의료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계에는 "원점 재검토나 계속적 집단행동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지난 100일 동안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어려움을 십분 공감하지만, 환자를 위해 빠르게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의사 헌신 봐왔다···환자에 좋은 환경이 의사에도 좋은 환경"
연합회는 "빅5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그동안 누구보다도 자주 의사들과 접촉하며 이들의 강도 높은 근무 환경과 헌신을 가까이에서 봐왔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좋은 의료환경이 의사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며 "이는 의대 증원만으로는 할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 공방 속에 이러한 부분이 묻히고 환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료인력이 필수의료, 응급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에 적절히 투입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우선 환자들이 피해나 불편 없이 안정적으로 치료받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게 연합회 주장이다.
연합회는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환자들이 직접 거리에 나서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진정한 의료개혁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