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건의료직역 간 최고의 갈등을 불렀다 대통령거부권으로 폐기 수순을 밟은 '간호법'과 유사한 '간호사법'이 사뭇 다른 보건의료계 분위기 속에서 재발의됐다.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추진했다면, 이번에는 의대정원 추진 여파로 전공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재추진한다.
현재 정부가 확대 운영을 공언한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 운영 시범사업'을 합법화하는 내용과 함께 간호사가 독자적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또 한번의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간호사법안'을 발의했다. 간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의료의 질 향상, 환자 안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간호사 업무는 ▲환자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 지도 등으로 규정됐다.
또 전문간호사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전문 간호를 수행하고 "의사의 포괄적 지도 또는 위임 하에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이 대목이 기존 간호법에는 없던 내용이다. 간호사법은 다만 구체적인 업무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그 권한을 정부에 위임했다.
또 간호사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으로 재택치료를 수행할 수도 있어진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간호법에 제기한 '독자적인 의료기관 설립'의 우려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름은 '간호사법'이지만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에 관한 내용도 명시됐다.
간호사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이직 방지, 전문성 및 자질 향상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간호인력 지원센터'를 복지부령으로 정해 설치·운영해야 한다.
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일부 간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 하에 간호 및 진료 보조를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간호계는 환영을 표했다. 지난 28일 대한간호사협회(간협)는 성명서를 내고 "여당·야당·정부·국민 모두가 간호법 필요성에 대해 이제라도 한 마음이 됐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고 기쁨을 표했다.
법안 발의는 시작일 뿐, 이 또한 의료계 등 특정 이익집단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을 간협도 인지했다.
간협은 "그 어떤 부당하고 그릇된 요구에도 굴하지 말고 정확히 간호사법이 제정·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간호인들은 간호사법을 필두로 시작되는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