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등 기능 상실, 지방의료원 붕괴 중"
국회 토론회서 공공병원 임직원들 성토…"내년 1조원 예산 편성 필수"
2024.07.11 18:07 댓글쓰기

"부산의료원은 이미 올해 3월에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운영비가 완전히 바닥이 났다. 은행에서 100억의 돈을 차입했지만, 그 이자를 의료원에서 부담하면서 지금도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정지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의료원지부장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병원 기능회복과 역량강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위원들이 주최하고 보건노조가 주관한 이 토론회는 공공병원의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토론자로 나선 정 지부장은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민간병원으로 이탈하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이 시작됐고 2개 병동은 폐쇄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은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임금체불에 더해 현재 공공병원 기능조차 심각히 훼손된 상황이다. 지자체도 선제적으로 의료원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 않다. 원장님과 면담을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화가 나는 건 정부에서 단 한 번이라도 현장 이야기를 들으러 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와서 무엇이 강화돼야 하는지 또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 우리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후 병상가동률 절반…의사 이탈도 심화


앞서 발제자로 나선 나영명 보건노조 기획실장도 "지방의료원 기능은 이미 붕괴 상태"라고 경고했다.


나 실장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병상가동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지난 2017~2019년 평균 80.9%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환자가 이탈하며 지난 2022년은 34.3%, 2023년은 42.3%에 그쳤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방의료원 의사들 이탈도 가속화됐다. 250~350병상 기준 민간병원의 평균 전문의 수는 55명이지만, 지방의료원 12곳 전문의 수는 절반 수준인 30명에 불과하다.


이는 직접적인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17곳(48.57%)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단 1곳만 겨우 흑자를 봤다.


나 실장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지방의료원을 육성하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다 '폭탄'이다"라며 "미충족 필수의료 중심으로 특화하겠다면서 민간과 경쟁하는 영역은 축소, 즉 지방의료원 기능을 축소하고 있고,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고 해서 돈을 못 버는 의료원은 도태시키고 있다. 이는 공공성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적자를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기준이나 항목이 지금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운영비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내용 역시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추경 예산 200조원, 공공병원 1조원 지원으로 막을 수 있다"


나 실장은 현재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으로 "현 지방의료원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2025년 예산에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된 예산 1조316억원이 반드시 편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의료원의 경영‧기능 회복을 위한 적자 보전 5734억원, 지역거점병원 경영정상화에 1020억원,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운영 모델 마련 등 기능강화에 2800억원,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에 762억원 등이다.


나 실장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경으로 예산 편성해 집행한 게 약195조원이다. 지방의료원을 육성하는 데 1조원 정도만 투입하면 다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찾아왔을 때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어진 토론에서 "정부는 지방의료원이 지역의료의 중추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방의료원뿐 아니라 지역의 의료인력의 이탈하면서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이 점점 힘들어지고 또 인건비 수준도 계속 올라가며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지역 의료 여건 속에서 지방의료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특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과 더 정교하게 분석해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가다듬고, 그에 맞춰 필요한 지원들을 지속 논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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