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오늘(28일) 오전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의결된 만큼, 후속절차로 오늘 오후 1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에서 빠르게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복지위는 27일 저녁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어 2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간호법 3건, 여당 간호사법 1건을 심사해 위원장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우선 제명은 야당의 '간호법'과 여당의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 중 '간호법'으로 정해졌다.
주요 쟁점이었던 간호사의 진료지원(PA) 업무범위의 경우,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하되 구체적 범위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됐다.
또 하나의 쟁점이었던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부대의견을 첨부하기로 했다.
복지위 야당 간사 강선우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어제까지 3번의 법안소위를 열었고 관련 단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미처 담지 못한 부분은 부대의견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김미애 여당 간사는 "6개월 이상 환자 곁을 지킨 간호사와 국민들의 불안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여당 간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정부를 설득하고 야당과 협의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당안에는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에 기존 특성화고 졸업자, 고졸 이상+학원 이수에 더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수준을 갖춘 자'를 추가했었다.
이에 대해 김미애 간사는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에 학력 상한을 두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차별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면서 "논의여지를 부대의견에 담은 만큼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가 급하게 간호법을 통과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간호사들은 필수적 역할을 하면서도 열악한 환경에 있었고, 정확하지 않은 업무범위 등으로 힘든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2005년부터 계속 발의돼왔던 간호법이 이제 통과된 것은 간호사분들에 대한 우리의 늦은 반성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대란을 간호사분들로 메우기 위해 이 법을 통과시켰다거나, 이를 위해서만 이 법이 존재한다고 인식해선 안 된다"며 "최선을 다해 의료공백을 메우고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을 때 우시던 간호사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면서 "오늘은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의협 "간호악법, 정치권과 노조 거래" vs 보건노조 "환영, 후속과제 중요"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간호사 중심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의협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간호법을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으로 규정했다. 향후 '간호사 불법의료행위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에 무너진 의사들은 환자를 버리고 간 패륜아 취급하더니, 직역 이기주의의 끝인 '간호사 특혜법'을 조건으로 파업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에게는 발빠르게 화답했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이 띠를 두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하면서 보건의료노조 파업은 노동자들의 신성한 권리, 정당한 실력행사로 미화돼 정치권과 완벽한 거래가 또 한 번 성사됐다"고 일갈했다.
간호법으로 PA간호사들의 불법 무면허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간호사가 의사 행세를 하게 될 것이란 게 의협측 우려다. 의협은 "근거 없는 2000명 증원에 이어 간호악법까지, 이 나라는 의사 직업 가치를 가차 없이 짓밟았다"고 분노했다.
반면 같은 날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거부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할 길이 열리게 됐다"며 환영을 표했다.
노조는 PA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히하고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 시행령에 담는 것을 간호법 후속과제로 꼽았다. 노조는 "간호법 시행령 마련 시 노조가 제시한 의료현장 요구를 적극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의협 비판에 대해 노조는 "의협 주장은 정당성도 없고 이율배반적이다. 의사인력이 부족해 PA간호사가 생겼고, 전공의 진료거부 때문에 PA간호사가 급격히 느는데도 PA간호사 제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기적이다"고 맞불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