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업무범위를 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취지의 '간호법' 및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국회 심사가 시작됐지만 정부부처와 각 직역단체 이견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간호법의 경우 "의료법의 하위법률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제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정부가 제출하면서 토의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간호법(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복지부 "간호 관련 법, 의료법 하위법률 명시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보건복지부는 지난 회기 때 보건의료계 최대 직역 갈등을 불렀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일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었다.
복지부는 검토 의견에서 "간호 관련 법안이 의료법의 하위법률로서 간호인력 전문성 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면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강선우 의원안은 의료법 하위법률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제명을 수정하고, 의료법과의 관계 조항을 신설하는 등 일부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추경호 의원안에 대해선 "의료법 밑의 직역별 하위법체계로서 선진화된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이라면서 "제21대 국회 의결안에 대한 재의요구 사유를 해소한 법안이므로 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데 대해 지난 16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선우 의원은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과 같은 이름의 법안을 민주당이 다시 발의하니 못 받아들이는 것이냐"며 "복지부가 국민의힘 보건복지특위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나 간호를 별도 영역으로 두면 의료 개념에서 간호가 빠져나오고, 이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지민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복지부는 제명을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로 해 21대 국회 의결안과 차별되는 제명으로 합의점을 모색하자는 의견"이라며 "관계 부처 및 단체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정부부처는 예산 및 별도기구 설치에 대한 세부적 의견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각 제정안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간호사등의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령에 따른 심의를 거쳐 의료기관 등에 대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라는 규정 등과 관련해 평가했다.
기재부는 "각 제정안에서 재정지원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한 사례가 없으며 예산의 범위에서 탄력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행정안전부는 간호사 등의 양성 및 처우개선책을 심의하는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조항에 주목했다.
행안부는 "별도 위원회를 신설하기보다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설치돼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의 분과·전문위원회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간협 '찬성'···의협·병협 "간호사 단독개원 가능성, 불법의료 논란 해소 안돼'
이번 두 법안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직역단체들은 동상이몽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찬성 의견을 내놨지만, 이외 직역단체는 반대 또는 수정 의견을 제출했다.
간협은 "간호사 등 인력이 종사하는 분야를 열거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인정 조항에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를 명시하는 등 관련 논란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직역 갈등 및 '지역사회' 관련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직역 간 분쟁을 야기시켜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를 개방적·예시적 열거 방식으로 문구를 수정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호사의 활동영역을 무한히 확장해 향후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난 불법 의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대했다.
이지민 복지위 수석전문위원도 해당 의견에 동의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제21대 국회 의결안에 대해 제시됐던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며 "종합적 토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직역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어 "간호사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 진료보조업무 경계가 모호해 구체적으로 나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장 혼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