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 배경이 정부 예산 삭감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는 모습이다.
다행히 서울특별시가 재난관리기금 5억원을 긴급 투입키로 하면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대한외상학회 조항주 이사장은 예산 삭감이 직접적 원인이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국가장학 제도 지원자 수가 저조 등 국가 지원 제도의 실효성이 낮았던 점을 지적했다.
"제한 조건만 붙은 국가장학제도 '지원율' 저조, 질적 매력 높이는 등 보완책 절실"
외상환자들을 치료할 전문의를 육성하는 수련센터는 현재 전국에 총 27곳이 있다. 그중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는 고대구로병원과 길병원,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4이다.
이들 센터에서 수련받는 전임의들은 크게 두 가지 제도를 통해 들어온다. 하나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국가장학 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병원 재원으로 육성하는 병원 지원 제도다.
조항주 이사장은 "국가장학 제도는 본래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을 목적으로 했으나, 실제로는 지원자 수가 저조했다"며 "두 제도 간 명확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국가장학 제도를 통해 수련을 받으면 수련 종료 후 2년간 외상센터에서 근무해야 한다.
그는 "수련과정에서 외상센터를 경험해 보고 근무를 지속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련 후 다른 곳에서 진료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련 후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의료센터나 개인병원으로 진출한 전임의가 수련 당시 받은 지원금을 반환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면 병원 지원 제도를 통해 수련받는 경우에는 외상센터에서 1년 수련 후 전담전문의로 임용되면서 급여가 상승하는 혜택이 있지만 국가장학 제도는 그렇지 않다.
이런 제도적 제한들로 인해 국가장학 제도 선호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 이사장은 "지원자가 넘치면 국가장학 제도를 통해서라도 정원을 늘리는 게 의미가 있지만 지원자가 적은 상황에서 제한 조건만 붙은 국가장학 제도는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이어 "지원자가 저조한 데 이탈자들도 있다 보니 정부와 관계 부처에서는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외연수를 제공하는 등 외상센터 근무에 따른 인센티브를 재정비하고 국가장학 제도의 실질적 매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외상 전문의 꿈꾸는 젊은 의료인들에 부정적 인식 우려
국가 지원이 끊기며 수련센터 운영 중단 위기를 겪었지만, 조 이사장은 "대다수 외상센터가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있고, 연간 3000~4000명을 치료하며 흑자가 나는 외상센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외상 전문의를 꿈꾸는 젊은 의료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례가 국가가 중증외상 분야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지원과 제도 개선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외상 전문의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외상은 정부의 지원이 지속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젊은의사들이 전공 선택 시 삶의 질과 경제적 가치를 고려할 때 외상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에서도 외상 분야 의사들이 힘든 만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