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소방공무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그분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인생 전주기적으로 건강 관리를 해드리겠다는 차원에서 병원을 설립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양질의 필수의료를 제공해 나가겠습니다."
곽영호 국립소방병원장은 현판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병원 설립 배경과 향후 운영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달 24일 시범진료 돌입…내년 6월 공식 개원 앞두고 인력·운영체계 등 점검
국립소방병원은 지난 24일 충북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서 현판을 달고 시범진료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운영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6월 공식 개원을 앞두고 병원 시스템과 진료 프로세스를 점검하기 위한 단계로, 이날 재활의학과 외래 진료를 시작으로 첫 환자를 맞았다.
국립소방병원은 화재·구조·구급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의료기관이다.
소방청이 설립하고 서울대병원이 병원 운영 전반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구조로, 소방공무원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충북 중부권의 중증·응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거점 역할을 맡는다.
병원은 충북 음성군 맹동면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해 있으며, 302병상 규모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조성됐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약 3만9000㎡ 규모이며 총 19개 진료과를 단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범진료는 지난 24일 재활의학과 외래 진료로 시작됐다. 첫 환자는 충주소방서 서충주안전센터 2팀장 김홍걸 소방경으로, 지난 2022년 1월 20일 음성군 삼성면에서 소 포획 과정 중 약 4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해 다발성 골절을 입은 공상자다.
김 소방경은 요골, 안와, 대퇴부 등 다발성 골절 진단을 받았으며, 이날 오후 2시 재활의학과 전인표 교수의 진료를 받았다.
병원은 정식 개원을 앞둔 시범진료 기간 동안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을 우선 대상으로 외래 진료를 운영한다. 설립 취지에 맞춰 근무 중 사고나 직무 특성과 연관된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를 진행하며, 진료 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진료 기간 동안 국립소방병원은 실제 진료 환경을 기준으로 병원 운영 전반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을 비롯한 의료 인프라와 진료 동선, 검사·영상 결과 처리 과정 등을 실제 진료 흐름 속에서 확인하고, 향후 정식 개원에 반영할 운영 기준을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범진료에는 재활의학과를 시작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5개 필수 진료과가 외래 진료에 참여한다. 병원은 내년 3월부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외래 진료를 확대하고, 6월에는 입원실과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인공신실을 포함한 정식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진 확보 과제…서울대병원 파견·자체 채용 방식 병행
현판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립소방병원이 안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과제로 의료진, 특히 의사 인력 확보 문제가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병원이 위치한 충북 음성이라는 지역적 여건은 의료진 확보 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약으로 거론됐다. 국립소방병원 역시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교해 인력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운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곽 병원장은 우선 "경제 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며 소방공무원을 돌보는 일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소방공무원들은 자기 생명이 걸려 있는 환경에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볼 여유 없이 업무에 매진하다 보니 다양한 질병과 손상에 노출된다"며 "현대 영웅이라 불리는 소방 공무원들을 보살피는 일은 참으로 의미 있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 채용과 관련해서는 서울대병원 위탁 운영 구조가 하나의 특징으로 제시됐다. 국립소방병원은 공고를 통해 의료진을 모집하면서, 서울대병원에서 발령을 받아 파견 근무하는 형태를 주요 채용 방식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곽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휴가, 해외 파견, 학회 지원 등을 할 예정”이라며 “소방병원에서도 교수로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충청북도와 음성·진천군 등 지자체와 협력해 의미 있는 연구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현재 총 90명이 근무 중이며, 의사는 9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서울대병원에서 발령을 받아 파견 근무하고 있다. 병원은 오는 2026년 6월 정식 개원 시점에 맞춰 의사 48명을 포함한 370명 규모로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총 정원 616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은 향후 운영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과 밀접한 정신건강, 응급의료, 재활 분야의 진료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신건강 분야는 병원이 주요 과제로 꼽는 영역이다. 병원 측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소방공무원에게 빈발하는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선별하고 치료하기 위해 정신건강센터 운영과 비대면 상담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도 정신건강 평가를 연계해 조기 발견과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정식 개원 이후 화상센터, 통합재활센터, 정신건강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4대 특성화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고압산소치료시설과 헬리패드를 갖춰 화상·가스중독 환자와 재난·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을 통해 119구급 이송과 중증응급환자 대응에서도 역할을 맡는다.
곽 병원장은 현판식에서 "국립소방병원이 안정적으로 개원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 체계와 운영 기반을 차근 차근 갖춰, 소방공무원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국립소방병원은 국민 생명을 지켜온 소방공무원의 헌신에 국가가 응답하는 상징적인 병원"이라며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축적해 온 진료와 연구, 공공의료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립소방병원이 소방에 특화된 진료·연구 중심 병원이자 충북 중부권 공공의료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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