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갈등이 시작된 지난 2024년 여의도에 입성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지난 약 1년 반의 활동을 “모든 순간이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의정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병원·학교를 떠난 전공의·의대생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부에는 쓴소리를 가했다. 그는 ‘엎질러진 물’을 제대로 쓸어 담기보다 오히려 정쟁으로 비화시켰던 여야의 모습을 비판했다. 병오년(丙午年) 새해에도 불씨가 남아 있는 의정갈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이 의원은 국회와 의료계를 잇는 가교로서 이제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데일리메디는 이주영 의원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그의 의정활동 소회와 올해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그는 “낯선 국회 삶에 적응할 새도 없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며 “이곳의 문법에 익숙해질수록 기대했던 세상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설치법, ‘지역의사제’ 등 보건의료 관련 중대한 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기도 했다.
이주영 의원은 “의정갈등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현장의 의료인이었기에 조금 더 일찍 인지하게 되는 붕괴 신호는 여전히 많고 재건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그러면서도 “입법과 행정 사이의 틈, 초선의원 한 명이 해낼 수 있는 일의 한계에 대해 매일 생각하며, 설득과 협치를 통해 돌파할 방법을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어 온 입법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 이 의원은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건강관리 및 통계법(모자보건법)’을 꼽았다. 이는 그가 발의한 법안 중 처음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우리나라 출생아 약 10%가 미숙아로 태어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개별 센터 인력이 모든 역할이 떠넘겨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재정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신생아 분과 의료진 희생으로 자료가 만들어졌는데, 국가 책임 근거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1호 법안이었던 ‘응급의료 형사면책법(응급의료법)’은 무려 3차례나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에도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전공의들로부터 직접 받은 손 편지를 공개했던 이 의원은 병원과 학교를 떠나 있던 전공의, 의대생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 온 당사자다.
그는 “정부, 국회, 공론의 장에서도 진짜 전공의와 의대생이 보이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며 “그들은 ‘덜 일하고 더 벌겠다’는 이기심이 아니라 ‘옳은 교육을 통해 주체성 있는 전문가로 살고 싶다’는 명예를 원하고 있었고, 크게 공감했다”고 소통 과정을 소개했다.
“의정갈등 일단락? 재건 가능성 잘 보이지 않아”
“전공의 포함 젊은 의사들, 주체성 있는 전문가로 성장 원해”
“의료계, 뼈 취하고 살 내주는 전략 필요”
“금년 바람으로 지역의사제 건강한 정착, 제도 안착 위해 최선”
의정갈등을 겪은 동안 수련시간을 단축하는 전공의법 개정이 이뤄졌고, 의대생들은 여러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에 처했으며, 사직 전공의 현역병 입대로 공보의 배출 절벽 위기 등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이 상황에서 이주영 의원은 의정갈등 책임자 문책을 실현해 정쟁이 재현되는 것을 경계했다.
지난 연석회의·청문회·국정감사 등은 정치적 공방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에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는 원인을 직면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 상황은 냉정히 말하자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며 “부실교육, 공보의 배치 절벽 등 긴급한 문제들이 있고, 의대 교육 정상화와 ‘핵심의료’ 기반 재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등 지금까지 쌓인 부작용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시스템과 의학교육이 다시 정상화되려면 기존과 똑같이 회귀한다고 가정해도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이 10년은 ‘신세기로의 문’에 걸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주영 의원은 “현재까지는 전통적 교육이 필요한 영역이 있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변화 속도와 규모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집단적인 최소 기초 역량 교육과 개별화된 최대 역량 강화 기회가 함께 주어지는 유연한 신수련체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성세대 의사들이 교과서와 경험에 기반해 가르치는 시대는 일찍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도제식 의학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법령으로 정하는 의사 자격 또한 유명무실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학회 중심 독자적 수련 인증 시스템 개발 ▲복지부의 면허 부여 권한을 의료계에 위임 ▲갱신이 용이한 자체 인증을 새롭게 도입해 면허 관리 책임을 이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권한과 책임이 연동된 자유주의적 질서로 면허와 자격을 진화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 보건의료는 사회주의 공공의료로 후퇴한다”고 설파했다.
의료계는 새해도 여전히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성분명 처방,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관리급여’ 신설을 비롯해 의료인력추계위원회 결정 등에 맞서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의료계에 새로운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의료계는 원칙에 집중하느라 변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내부 의견 수렴의 지난함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수시로 와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법률 등 세상의 언어와 사뭇 다른 소통 방식을 바꾸고, 뼈를 취하고 살을 내주는 전략은 다른 직군에서 배우기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로운 의정갈등은 전면전 보다 조용히 사라지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도 국회도 간과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오히려 치명적인 틈을 계속 지적하고 메워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의원은 올해 바람으로 지역의사제의 건강한 정착을 꼽았다. 비록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던 시점에는 “아무것도 구체화되지 않은 정책이 탄생했다”고 답답함을 피력했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도울 예정이다.
그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언은 ‘자유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다짐하게 돼 있다”며 “의료인들의 자유의사와 명예에 기반을 둔 지역의사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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