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내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회 등 정책 주체들과 의대생들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들고 싶다. 다른 단체와 함께 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1대1에 가까운 형태로 실질적인 협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손연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은 이번 임기에서 가장 우선 순위로 두는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책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정부와 직접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이런 대화 구조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연우 회장은 지난달 30일 공고된 제24대 회장단 선거 결과에서 87.5% 찬성률로 당선됐다. 의대협 회장단 출범은 5년 만이다. 의대협은 그동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돼 왔다.
손 회장은 “그간 의대협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다소 떨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회장단 체제가 되면서 집행국 구성이나 운영을 훨씬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대응뿐 아니라 일반 회무도 정상화하고, 집행국 조직을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직 운영 방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책을 분석하는 조직과 대국민 홍보를 담당하는 조직을 나눠서 의미 있는 자료를 꾸준히 생산하고 싶다”며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정책 대응과 홍보를 병행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장단 체제가 되면서 이런 조직 운영이 가능해진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더블링 현실화 임상교육 한계 직면, 의평원 불인증 기준 더 엄격히 적용돼야”
손 회장은 현재 의료정책을 두고 “지금 정책은 정원 확대 중심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지만 교육 여건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인원이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지난 의정갈등에서 비롯된 학번 중첩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그는 “지금은 24학번과 25학번이 예과 단계라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이들이 임상실습 단계에서 들어서면서 충돌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임상실습은 환자 수와 학생 수 비율이 중요한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교육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했다.
이에 더해 27학번 입학 시점에는 의정갈등 당시 군 휴학을 선택했던 학생들이 복귀하면서 또 한 차례 학번 중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단순한 학생 수 증가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학교육평가원은 최근 교육 여건 미비를 이유로 4개 의대에 대해 불인증 유예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오히려 강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교육 파행이 발생한 상황에서 불인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했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규 의대 설립이나 공공의대 논의가 이어질 텐데 기준이 느슨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접근 방식 자체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기존 정원 내에서 자발적으로 지역 필수의료에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며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증원으로 확보한 인력이 실제로 지역으로 가지 않는다면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 데이터 축적해 논의 활용…임기응변 대응보다 정례적 논의 구조 수립 절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의대협은 정책 대응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핵심은 데이터다.
그는 “임상실습 적정 인원이나 교육 환경, 진로 선택과 관련된 데이터를 전수조사 형태로 축적할 계획”이라며 “일회성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해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 관계에 대해서는 확장 전략을 택했다.
손 회장은 “특정 단체와 갈등을 드러내기보다는 관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나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든 방향은 다시 협의 구조 구축으로 이어진다. 그는 “정책을 매번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례적으로 직접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도 축적하고 조직도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이번 임기에서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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