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과의 사투(死鬪), 치료 전략·무기가 승부 결정'
김혜련 연세암병원 교수 '정밀의학 기반 맞춤형 등 환자에 최선의 길 안내 목표'
2021.12.01 06:0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매년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암중의 암(癌)’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고 발견이 쉽지 않은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였다. 동시에 최근에는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3~1995년 12.5%에 불과했던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4년~2018년 32.4%까지 향상됐다. 이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과 함께 폐암환자 치료에 전력해온 임상현장 의학자들의 헌신과 공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데일리메디가 폐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 대학병원 교수 6명을 만나 국내 폐암환자 추이 및 현황, 국산신약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 정부 정책 지원과 제도 개선 목소리를 담았다.[편집자주]
 
1)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2)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3)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4)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5)한지연 국립암센터 최고연구원
6)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여러 암 중 사망률 1위로 악명이 높은 폐암 정복의 날이 머지 않았다. 정밀의학 발달로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만 타깃으로 삼아 살상하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했으며, 표적이 없는 환자에게는 자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물리치는 '면역항암제'까지 개발됐다. 

이런 새로운 무기 활용법을 비롯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데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는 다학제 진료 역시 폐암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비결이다. 

국내 폐암 치료의 선두 기관인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이 같은 면밀한 치료 전략 수립 및 다양한 신약 치료 기회 제공 등으로 환자가 암을 이겨내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폐암 치료의 긴 여정에서 환자에게 최선의 길을 안내하고 싶다는 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를 만나 암센터의 차별화된 폐암 치료 전략 및 성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말기 폐암 등 이제는 전략 수립 중요→다학제 진료 필수"

과거에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다. 수술이 불가능하기에 항암제 외에 별다른 옵션이 없었다. 항암제는 모든 세포를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환자들은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폐암 치료가 상당히 발전했다. 폐암 조기발견, 진단 및 치료,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한 환자별 맞춤치료를 통해 폐암의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다. 

김혜련 교수는 "폐암은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들이 실망하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폐암의 생존율이나 완치율이 많이 개선됐다. 치료 전략이 발전하고,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신약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전략을 짤 때는 팀이 굉장히 중요하다. 종양내과를 비롯해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 전문의가 모여 최적의 전략 세워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담당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한 팀이 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 환자의 치료과정은 복잡하다. 진단검사를 통해 병기를 결정하면 치료 방향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폐암 1, 2기에서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3기부터는 다학제 진료를 통한 여러 옵션을 고려하게 된다. 

김 교수는 "3기 환자를 치료할 때는 종양내과,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의료진들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작전을 수립한다"며 "특히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폐암 진단에서 수술,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까지 폐암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를 위한 의료진 간 협력체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학제 진료 시 CT, MRI 등의 영상과 환자 폐기능 등을 보고 수술을 먼저할지, 수술 전 항암방사선을 동시 진행해 수술을 할지 등을 협의한다"며 "암이 전이된 4기부터는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어떤 약을 쓰느냐에 따라 경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적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국내 최다 신약 보유 등 신무기 확보해서 제2, 제3의 기회 제공"

암과 싸우기 위해서는 무기가 중요하다. 무기 중 하나는 '신약'이다. 새로운 약이 나와 허가를 받고 환자가 사용하는 데는 최소 3~4년이 걸린다. 예전에 비하면 빨라졌지만, 촌각을 다투는 폐암 환자에겐 긴 기다림이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폐암 신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개발 중인 신약뿐만 아니라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약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동정적 프로그램(EAP)으로 환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치료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혜련 교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이라면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폐암센터의 경우 주치의가 환자의 신약 임상 참여 시 득실(得失)을 따져 사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신약을 세팅해 갖고 있으려고 한다"며 "신약 임상을 이용해서 기존 약제 치료에 실패했거나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 표적이 없는 폐암 환자들이 제2, 3의 치료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저티닙, 국내 신약 개발의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

김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가 진행하는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했는데,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은 국내 신약 개발의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신약 개발이 우리 주권을 지키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필수적임을 알게 됐다. 폐암 환자를 위해 보다 다양한 국산 신약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연세암병원은 환자가 항암 신약, 신약 임상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참여할 때 좋은 치료결과가 나온다고 여겨, 암지식정보센터를 통해 환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암지식정보센터에서 신약 임상이 무엇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새롭게 등장한 신약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최근 1~2년 사이 대면 교육이 줄고 온라인 등의 대체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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