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병원, 의사 부족 장기화…해법 모색 난망
환자·의사 '서울 쏠림' 갈수록 심화…의협 "시니어 의사 활용" 제안
2022.12.27 12:48 댓글쓰기

매년 병원별 전공의 모집이 끝나면 과별로 성적표를 받아들고 ‘희비’가 엇갈린다. 


소위 비인기과와 지방 소재 병원들 전공의 부족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교수 인력마저 부족해져 젊은의사들 수련 및 교육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 소재 A대학병원 교수는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가 해마다 줄고 교수들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다 보니 학생들을 교육시킬 인력도 부족하다”며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남·강원·전북·경북, 의사 증가율 낮아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20개 직종 보건의료인력은 약 201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활동하는 인력은 총 132만 여명이며 이중 의사 수는 11만5185명, 비활동인력은 8981명이다.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9만9492명 가운데 의원이 4만1988명(42.2%)으로 가장 많고, 종합병원 2만316명(20.4%), 상급종합병원 2만236명(20.3%) 순이다.


지역별 근무 의사수를 보면, 서울이 2만9136명(29.3%)로 가장 많다. 또한 제주가 1.1%(1107명)로 가장 적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3.2% 수준이다. 제주와 인천이 각각 5.6%, 4.8%로 높았고 서울은 3%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은 지역은 전남(1.6%), 강원(2.0%), 전북(2.2%), 경북(2.3%) 등이었다.


전국 평균보다 십만 명당 요양기관 근무 의사수가 많은 지역은 서울(305.6명), 대전(242.7명), 광주(232.7명), 대구(230.3명), 부산(229.3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세종을 제외한 하위 5개 지역은 경북(126.5명), 충남(137.5명), 전남(143.0명), 충북(145.8명), 울산(148.5명)이었다.


지역 간 의사인력은 평균 연령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평균 연령은 2020년 기준 47.9세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43.8세에서 4.1세 높아졌다.


복지부는 “의사 평균연령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크고, 가장 젊은 서울과 경북의 평균연령 차이는 5.2세”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 소재 의사 평균 연령이 45.7세로 제일 젊고 경북은 50.9세로 가장 고령이었다.


특히 전남 지역은 평균연령이 50.7세를 기록했는데, 최근 10년간 평균연령이 7세 높아져 증가세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평균연령 증가세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은 전남, 경북, 충북, 전북, 강원, 충남 등 총 11곳에 달했다.


이 같은 지역 간 의사인력 차이는 환자 쏠림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진료비 가운데 다른 지역 진료비 유입 비율은 평균 20.8%에 달하며 비용으로 추산하면 21조 8559억원이다.


서울이 36.9%로 가장 큰 진료비 유입비율을 보였다. 전체 진료비 26조1035억원 중 타 지역에서 유입된 환자의 진료비가 9조6372억원이다.


또한 광주(30.2%), 대전(27.2%), 세종(26%)등 지역도 진료비 유입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입원일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2021년 한 해 동안 의료보장인구의 전체 입내원일수 10억6459만일 중에서 60.9%(6억4827만일)가 관내 요양기관(시군구 기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시 옹진군의 경우, 관내 이용비율이 22.4%로 가장 낮아 옹진군민은 옹진군 외 타 지역에서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일수가 전체의 7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옹진군의 뒤를 이어 경북 영양군(29.6%), 강원 고성군(32.9%), 강원 양양군(33.5%) 순으로 관내 이용비율이 낮았다.


‘재직 의사’ 잘 활용하는 방법 모색 필요


하지만 의사의 자유로운 취업 활동을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공공임상교수제도 운영을 통해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공임상교수제도 시범사업은 10개의 국립대병원이 150여 명의 공공임상교수를 선발해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사업이다.


6개월 동안 총 187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지난 10월 기준 확보된 의사는 10여명에 불과해 참여율이 저조하다.


이와 함께 특히 의사 인력 수급이 어려운 지방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는 소위 시니어 의사 인력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는 최근 국회서 개최된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의사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원 이사는 “응급·외상·심뇌혈관·산부인과 진료 등 필수 의료 서비스의 지역 간 불균형 공급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중소형 규모의 얼마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 지방 필수의료 공백을 보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양적·질적으로 미흡한 공공병원이 확진자 입원 치료 중추 역할을 담당하면서 보건의료 제공에 대한 국가책임과 병원을 포함한 공공 의료자원 확보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주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이 대안으로 나오지만, 적은 졸업생 수와 13년의 긴 양성 기간을 비롯해 과도한 의무복무 10년제 등 손봐야 할 시스템이 많다고 지적되고 있으므로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재원 이사는 “이미 오랜시간 동안 진료 현장에서 충분한 진료 경험으로 다양한 방면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시니어 의사 활용 방안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현실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며 “2021년 의협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은퇴 이후 재취업 의향을 밝힌 비율이 68.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희망하는 근무 분야 또한 ‘일반진료(55.8%)’로, 은퇴 의사들은 가능한 진료를 이어가는데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이후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지자체의료원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싶다는 비율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긴 55.8%였다. 


정 이사는 “코로나19 상황 속 공공의료 부분에서 의료진 헌신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만족도에 있어 미흡한 면이 많다”며 “시니어 의사 활용과 함께 의사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접근법으로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 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인력 효율적 관리에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필수의료 부분에서 의료진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춰야 함을 생각한다면 시니어 의사 활용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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