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 29만원 vs 쌍꺼풀 150만원…외과의사 '비애'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2023.01.09 06:01 댓글쓰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작금의 외과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쌍꺼풀 수술의 1/3도 안 되는 맹장 수술 비용이 쌍꺼풀 수술 정도로는 따라올 수 있도록 의료수가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외과 안정화도 없을 것이다.”


"수술 포기 병원 증가, 조만간 수술 못받는 국민 현실화"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은 지난 5일 대한외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금의 외과를 ‘위기 시대’라고 진단하며 정부에 대해 '본질적인 지원책'을 호소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인구 고령화와 치료 세분화로 외과 영역 진료량 및 수술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담당해야 할 젊은 외과의사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전공의 정원을 줄여서 지원율 높아지는 듯한 착시현상" 


올해 전공의 전기모집 결과, 외과 지원자는 130명 정도로 충원율 약 75%를 기록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올해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매년 130명 정도로 거의 비슷한 정도”라며 “다만 정원을 줄여 지원율이 계속 높아지는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는 매년 전공의 약 180명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50명 정도가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며 “새로운 의사 유입이 줄다 보니 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외과전문의 평균연령은 53세로 10년 뒤에는 6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이사장은 “이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면 인력 부족으로 지방중소병원부터 수술을 포기하는 병원이 나타날 것”이라며 “벌써부터 맹장수술 등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결국 수술을 받고 싶어도 적시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류‧담배 판매 수익 일부, 외과 재원 활용 등 획기적이고 근본적 지원책 필요”


학회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이런 현실을 예측하고 정부에 강력한 대비를 주장해왔다.


신응진 이사장은 “외과의사들은 언젠가는 정부가 이런 헌신과 희생을 알아주리라 막연히 기대하며 참고 참아왔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응답없는 호소였고 오히려 갈수록 외과는 젊은 의사들에게 기피 대상이 돼 처우가 더 열악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필수의료란 어떠한 대가가 들더라도 투자해서 유지시켜야 하는 의료임에도 정부는 의사들이 사명감으로 당연히 버텨야 하는 것처럼 안일하게 인식했다. 그 결과 쌍꺼풀 수술의 1/3도 안 되는 맹장 수술비용으로 필수의료를 담당케 하는 현 의료 수가 정책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재 맹장 수술에서 수술비로 책정된 금액은 29만원이다. 쌍꺼풀 수술 비용이 평균 1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신 이사장은 “정부도 최근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등으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지원책을 내고 있다”며 “얼마 전 필수의료대책으로 검사료 등을 줄여 행위료를 올려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은 재원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재분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응급의학과가 교통 범칙금 일부를 재원으로 이용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됐듯이, 외과 역시 주류나 담배 수익 일부를 활용하는 등 재원 마련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과학회, 필수의료 담당 ‘정책위원회’-성평등 ‘다양성위원회’ 조직 개편


또한 외과학회는 학회차원에서도 필수의료 강화에 힘쓰기 위해 정책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정책위원회는 필수의료 관련 정책을 중점적으로 담당하며 집중 검토하기 위해 이번에 새롭게 편성했다”며 “급변하는 의료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성위원회는 양성 평등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며 “현재 외과 전공의 중 40%가 여자 선생님인데 아직까지 학회가 남성 교수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향후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생각해서 미래지향적으로 조직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신 이사장은 “필수의료정책에 외과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외과 의사가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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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zz 01.10 09:36
    그러니까 누가 그 특채하는데 지원하겠습니까?

    의사가 아무리 많아도 필수진료과에는 지원을 안해요.. 그냥 일반의 하고 말지..

    왜 그럴까요?
  • 김성진 01.09 19:47
    의사 부족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

    의사 공급 부족과 진료과목·지역 간 쏠림 현상이 겹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 수도권의 몇몇 대학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주말 응급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 수련병원의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율이 16.4%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빅5’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병원에 뇌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지기도 했다.

    지역의 공공병원들은 의사가 없어 필수 진료과의 문을 닫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그러면 지역별로 필요한 과목과 인원을 선정하여 특채형식으로 뽑아 교육한 후 복무의 의무기간을 두어 각 지방에 배치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