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과대학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에세이 출간 윤인모 유니메디성형외과 원장
2023.03.06 05:12 댓글쓰기

요즘 가장 뜨거운 사회적 화두는 단연 '의과대학'이다. 초등학생 대상 의대 입시반이 사교육 시장에서 인기가도 중이며,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의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유니메디성형외과의원 윤인모 원장(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미용성형 일번지 서울 압구정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그를 만나 이 같은 에세이를 출간하게 된 배경과 의대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책 제목의 핵심은 괄호 안 수식어에 있다. "'허상 속'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다. 


Q. '허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입시생 혹은 대중들에게 의사 이미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닥터스 등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의사사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요즘 학생들은 워낙 똑똑하니 의대에 들어오면 금새 그 차이를 깨닫는다. 의대 졸업과 함께 미용 혹은 통증을 하러 개원가로 유입되는 의사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Q.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를 선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환자를 치료하는 사명감, 소명의식과 같은 직업의 본질이 동기 부여를 했거나 경제적 안정성, 장래성 등을 보고 꿈꾸는 경우도 있다. 전자가 목적인 친구들은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동기가 주 목적이라면 직업 만족도가 떨어진다. 실제 의사 임금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든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의사면허 희소성도 떨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출생자 수는 25만명인데, 의사는 매년 3000명 배출된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에는 인구 100명당 의사 1.5명인 시대가 도래한다.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면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젊은의사들은 의사가 되기까지 투자한 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 인기 있는 미용 혹은 통증 개원가로 빨리 진입하고 있다. 


Q. 개원가 내 경쟁도 치열하지 않나

그렇다. 밝은 면만 보고 뛰어드는 의사들이 많지만, 개원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안팎으로 변수도 많다. 예를 들면 병원 내 직원 관리부터 병원 밖 환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생긴다. 요즘엔 의료소송도 빈번하다. 개원의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까지 모두 알고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


Q. 의사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의대 인기는 역대 '최고'다

당연하다. 앞으로도 의대, 의사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의학이 포괄하는 학문적 범위와 지식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년에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박사논문 30%가 의학 분야에서 나온다. 전세계적으로는 40%가 넘는다. 미생물, 약학을 제외하고 의학만 집계할 때다. 전 세계 최첨단 학문인 셈이다. 따라서 의대를 들어오는 목표가 좋은 차, 좋은 집을 사는 것보다는 더 넓은 분야로 나가기 위한 문턱을 넘는다고 생각한다면 허상이 아닌 본질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후배 의사들 묻지마 개원 우려"

"의사면허 가치는 하락세인데 돈 쫓는 의사는 상승세"

"이상과 현실 괴리감 커서 '의대 선호현상' 당분간 지속될 전망"

"필수의료 회생, 의대정원 확대 아닌 파괴적 혁신 필요"


Q. 필수의료 활성화 등을 이유로 의사 수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이 의사 수 증원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먼저 공공의대 설립은 실효성이 없는 제도다. 공공의대에서 배출하는 인원이 공공의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며, 그곳을 졸업한 의사에게 공공재로서 삶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필수과 의사 부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단순한 접근으로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


Q.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경영학에서 말하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새로운 관점과 틀이 필요하다. 


Q. '파괴적 혁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현재 1년에 배출되는 의사 3000명 중 30~40%가 필수과, 나머지가 비필수과를 간다. 이런 구조 속에선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가 5000명이 되든, 1만명이 되든 특정 과목 쏠림현상이 동일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 섹터를 분리해서 인력을 양성,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육군사관학교처럼 사관학교형 의대를 만들어 공공의료, 필수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의 500~700명 정도를 사관학교형 의대에 할애하고,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 의사활동을 할 수 없게 자격을 제한한다. 교육은 기존 의과대학에 위탁하되 입학 전형은 단순화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자체에서 학생을 선발, 비용을 부담하게 하면 된다. 


Q. 의사공급 모델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기존 제도에서 틀만 바꾸면 되는 만큼 어렵지 않고, 당장 시행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는 경제학적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공공재 부족 문제를 사적재로 조달하려고 하다보니 가격이 뛰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료원의 경우 임금을 3억, 4억원을 줘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비경합적이고 비배타적인 자원은 민간에서 통하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부가 개입해서  공급해야 한다. 


Q. 저항이 크지 않을까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방법은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게 되면 지금처럼 의료비 지출을 늘리지 못할 것이다. 실제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의료비용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경제 성장률은 1~2%대에 불과해 가용할 수 있는 정부 재정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적정 재원을 투자해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면 의료인력 육성 모델을 변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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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는 03.06 10:51
    네  저 분  몇개학문  전공자로서 시각이 좀 다릅니다  과거에는 의료산업 관련 글을 많이 쓰셨어요.  오래 검토하시더니  제안 시작하신듯 합니다.    저항이 적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만  .....
  • 정체리 03.06 08:58
    청년들의 미래를 고민해주는 기성세대가 얼마나 될까?? 이러한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해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합의도 중요하지만 창조도 똑같이 중요한 것. 데이터가 말해주는 값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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