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46년 된 공보의 제도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하고 복무기간 단축·적정 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복무기간 단축·적정 배치 등 대안" 제시
최근 10년 간 의과 공보의 수급이 절반이나 감소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더 이상 제도가 무너지도록 방치할 거면 제도 개선 권한을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22일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공보의 제도 위기 원인으로 ▲긴 복무기간 ▲정부 방치 ▲지자체의 미온적 대응 등을 꼽았다.
이 회장은 “2025학번 제외 6개 학년 의대 남학생 수는 약 1만명인데 군 입대자가 1882명”이라며 “앞으로 1년 간 현역 입대자는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의대생들 의향을 보면 군 복무 단축은 공보의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예측된다.
앞서 대공협이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4.7% 의대생은 군 복무를 현행 37~38개월에서 24개월로 줄일 시 공보의·군의관으로 입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현역과 동일하게 18개월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훈련 기간이 아쉽게 미산입돼 25개월로밖에 줄이지 못해도 공보의 제도는 대전환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공보의 배치 지침은 추상적, 뉴노멀 핑계만”
훈련을 마친 공보의 복무지는 복지부, 시·도 주무관, 시·군·구 보건소 등을 거쳐 결정된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공보의 배치 관련 지침은 ‘광역시, 인구 30만 이상 도시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이 지침이 매우 추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공협이 나서 민간의료기관과의 거리, 월평균 환자 수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서야 올해 지침에 새롭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복지부가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의 기준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며 “공보의가 절멸의 위기에 있는 이 순간 복지부는 뭘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 핑계를 대며 현역 입대가 ‘뉴노멀’이고, 병무청 핑계를 대며 인력 결정 권한이 없다고, 그게 아니면 파면된 대통령을 팔아 공무원으로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지자체, 의사 채용 대신 월 90만원에 공보의만 운영”
지자체 또한 변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멈춰 있다는 지적이다.
공보의 제도는 1980년 우리나라 의사가 2만2500명이던 시절, 면 단위에 보건지소를 설치해 의료기관을 모든 곳에 만들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는 면 단위에도 의료기관이 많고, 이용자 수는 적다. 상황이 변한 것이다.
실제 대공협 조사 결과 1228개 보건지소 중 791곳(64.4%)은 이용자 수가 일평균 5명 이하로 나타났다. 하루에 1명도 안 보는 곳도 170곳(13.8%)이나 됐다.
이 회장은 “지역에서는 계속 의료공백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지자체가 민간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진료장려금 하한선인 월 90만원으로 공보의를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107개 지자체 중 85%는 공보의를 대체할 민간의사 채용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고 일침했다.
일부 지자체는 대안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충남 논산, 부여는 보건소·보건지소 관리를 위해 민간의사 채용을 시작했다. 전남 영암은 면 단위에 원내지소만 운영키로 했다.
이 회장은 “18개월을 복무하는 현역 대신 37개월을 복무하는 공보의를 택할 이는 없다”며 “공보의들이 마음 놓고 의료취약지를 지킬 수 있게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정부·지자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렵다면 제게 권한을 달라”며 “공보의, 군의관 제도가 지속가능토록 발로 뛰고 기꺼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