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신경과 대가 교수 '우울증 걸리겠다'
2011.10.13 21:11 댓글쓰기
국내 신경과학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학문적, 임상적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사진] 그가 요즘 매우 불편하고 답답하다. 정신과 의사들한테 제소되는 등 작년 4월경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그렇다. '설화(舌禍)' 라고 해도 너무 억울하고 더욱이 상황이 자꾸 꼬여만 간다. “세상이 왜 이렇게 치졸하고 서로를 곡해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고 한탄한다. “의사들이 환자 보기에도 바쁘고 또 그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 공부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서로를 흠잡고 매도하는 상황이 너무 싫다”는 그는 “답답함에 내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하소연도 했다. 정확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 짜깁기 한 언론에 대한 섭섭함 역시 적지 않게 묻어났다. 현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거듭 토로하는 그의 심경을 들어봤다.

"중증 뇌질환(손상)에 따른 우울증 유사증상 환자 많이 늘어"
"10년 전(前) 만들어진 SSRI 처방 관련 기준 개선 필요"

Q. 발단이 우울증과 관련있다. 신경과 쪽에서 보는 우울증은
A. 우리가 말하는 것은 일반적인 우울증이 아니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치매, 간질 등과 같은 뇌질환 및 뇌손상 이후 오는 여러 증상 가운데 우울증도 포함된다. 중증 뇌질환을 앓다 보면 오는 질환인데 분노 등과 같은 우울증 유사증상이 있다. 이런 환자들을 관찰해보니 초기에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를 쓰면 효과가 매우 좋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로선 신경과에서 2달밖에 처방을 못한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를 우리가 붙잡아 두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 유사증상이 있는 중증 뇌질환자들이 본질환이 아닌 유사증상 때문에 진료과를 바꿔야 하는게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환자들은 추가진료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내원에 따른 보호자 동반 등 어려움이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또 어떤 환자들(보호자 포함)은 자기에게 정신질환 같은 다른 병이 또 생긴 것이냐고 오해하는 등 뇌질환 전문 의사로서 부담이 많다. 사실 환자를 보내고 싶어도 보내기 어려운 그런 사례가 요즘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보호자들이 그냥 해 달라고 하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안되는게 너무 안타깝다. 2달 처방 규정이 10년 전에 제정됐는데 당시에는 오늘과 같은 상황이 예견되지 못했지 않았나 싶다. 이젠 고령의 중증 뇌질환 환자들에서 유발된 우울증 유사증상이 많은 만큼 제도 개선에 관심을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Q. 10월초 정신과의사회에서 제소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A. 이 사건을 말 하려면 과거사를 알아야 하는데 우선 그 것부터 설명하겠다. 작년 4월경인데 아마도 오해가 거기서 비롯된 것 같다. SSRI 처방 관련 국회 공청회가 열렸는데 내가 참석했다. 공청회 참석도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학회 추천이었다. 뇌졸중처럼 뇌 손상에 따른 우울증 및 우울증 유사증상에 대해 국내에서 내가 가장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 참석하게 됐다. 사실 이날 공청회는 전문가 위주였고 나는 방송이 되는 줄도 몰랐다. 그런 장소인 것을 알았더라면 인용이라도 훨씬 절제하면서 했을텐데 그런 부분은 내가 미숙했던 것 같다. 당시 중증 뇌질환자들 중 정신과로 보내기 어려운 이유를 짧은시간(10분내)에 참석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말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과 함께 보호자 동행의 어려움 및 실제 환자들한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예를 들면 “내가 정신과로 가다니. 내가 미쳤나” 하는 등의 환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사실 그날 공청회가 끝난 뒤 몇몇 국회의원과 복지부 관계자들이 말씀 쉽게 해줘서 이해가 잘됐다고 칭찬까지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그날 정신과 관련 발언이 인용이 아닌 내가 직접 말한 것으로 방송되면서 정신과학회에서 항의서한이 왔다.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성의껏 작성한 15장 분량의 해명서와 함께 사과의 글을 보냈다. 얼마 뒤 우리 병원 정신과 교수가 내 방으로 와서 그 문제는 일단락 된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어쨌든 다행이라 생각하고 마무리 된 것으로 알았다.

"작년 국회 공청회나 이번 신문기사 모두 오해에서 비롯"
"'낙인' 이라는 단어 직접 쓰지 않았고 번역해서 전달한 것일 뿐"

Q. 그럼 이번 제소는 어떻게 된 것인가
A. 금년 6월말경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SSRI와 관련해서 오해도 있고 신경과 의사들의 입장도 전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연구회는 정신과 의사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했는데 외부에 이상하게 비춰져 그쪽 참여가 없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 호주 시드니대학 크레이그 교수를 초청했다. 문제가 된 것은 크레이그 교수의 말을 번역하는데서 불거졌다. 그 당시 호주 의사가 환자를 정신과로 보내는데 있어 자신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Stigm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데 참석자들이 ‘낙인(烙印)’이라고 언급, 그래서 그 단어를 인용했다. 내가 낙인이 찍힌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단순 번역한 것인데 마치 내가 정신과로 보내면 환자들이 정신질환자로 낙인되는 것이냐로 말한 걸로 됐다는 것이다.
또한 간담회 도중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신문사 기자가 신경과와 정신과 간에 오해가 되는 부분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들어가며 질문을 했는데 참석 교수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끄떡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글쎄 나중에 보니 내가 그렇게 말한 것처럼 그 신문 기사에 보도돼 너무 황당했다.
문제는 이 기사가 나간 뒤 며칠 후 모 정신과 의사가 편지를 보내왔다. 인신 모독은 물론 나를 심지어 ‘살인마’로 칭하기까지 해서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분노감이 치밀었다. 하지만 모든게 내 불찰이라고 생각해서 해명이 곁들인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이 서신이 개인적으로 온 것인지 알았는데 이 의사는 벌써 자신들 학회나 의사회에 관련 내용을 공개했던 실정이었다. 어이가 없어 나도 학회에 정신과 의사에 보낸 답장을 전했다. 이번 제소건은 이런 오해가 얽히고 설켜서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정신과의사회는 개원의사 단체인데 아마 작년에 내가 정신과학회에 보낸 해명서를 보지 못했지 않았나 싶다. 이번 건도 모 전문지에서 다룬게 잘못된 내용이다. 학회서 정신과학회쪽에 다시 답변을 요구했다. 그 것을 받아보고 대응 방법을 고민하겠다.

"나는 정신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보내는 의사"
"신경과-정신과, 서로 밀접해도 모자랄판에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워"

Q. 앞으로 방향은
A. 이번 소송에 대해 내가 대응을 하면 엉뚱하게 귀결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말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과연 이렇게까지 가야 되는 것인지 서글프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도 무고죄로 맞고소 갈 수 밖에 없다. 변호사 말로는 내가 100% 이긴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기면 뭐 하냐. 다른 쪽에서 보면 의사들이 또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한다고 비아냥거릴 것 아니냐.
우리가 왜 이렇게 치졸하게 미워하고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나는 절대 정신과 환자들을 뺏겠다고 한 적이 없고 뺏을 생각도 없다. 사실 나는 우리 병원에서 정신과로 환자를 가장 많이 보내는 사람이다. 병원에 알아보니까 통계가 그렇게 나와 있더라. 신경과와 정신과는 가장 밀접하고 가까워야 한다. 그래도 모자랄 판에 오해와 억측이 더해져 이런 상황까지 오니 정말 답답하다. 내가, 아니 우리 학회쪽에서 주장하는 것은 정신과로 환자를 안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경제적 여건, 기타 보호자 동반 등 여러 상황을 봤을 때 10년 전(前) 규정된 사안을 이젠 현실에 맞게 개선하자는 것이다. 또 환자나 보호자 등 실제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너무 답답해 내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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