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필수의료 위기와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오태윤(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2023.06.26 05:46 댓글쓰기

세계 최고 수준 의료진과 의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중증외상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먼 거리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면서 국가적 의료 재난 상황에 대한 평상시 사전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코로나19 극복이 일회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보건의료정책의 일관성 있는 근본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필수중증의료 공백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들 의구심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이런 미충족 필수중증의료 공백 위기는 오래 전부터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문제인데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 해야할 현안이 됐다. 


속도 더딘 NMC 현대화···"국민 목소리 들어야"


필수중증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논의 과정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감이 크다. 


국립중앙의료원은 6.25전쟁 직후 외국 원조로 지어진 이후 노후화된 시설을 그대로 가지고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및 시설, 장비로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년 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을 계획했지만 최근에야 구체화 되고 있다. 이마저도 중앙감염병센터 건립을 위한 삼성그룹 기부금을 받아 겨우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국민들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 시에 국가 중추 의료기관으로서 보건의료정책에 앞장서 온 것을 생각하면 속도가 너무 더디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 외상 등 미충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대응 체계를 선진화 하는 것은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 코로나19 정책에 협조해온 국민들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공공의대 설립·의사 수 늘리기'로는 대한민국 의료현실 극복 쉽지 않다


최근 정부는 필수중증의료 핵심 대책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정상화는 여전히 외면한 채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수 증원만을 앞세우고 있다.


언론도 미충족 필수중증의료 문제가 마치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해서인 것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 현실의 깊은 내면을 외면한 '표피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많은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들이 어렵게 수련한 전문 과목을 포기하고 피부미용과 성형 진료를 새로 배워 개원하는 의료 현실을 정부가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더 많은 비필수 비급여 의료 공급만 늘리는 악순환의 결과로 귀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는 민간의료기관 투자에 의해 발전해왔다. 이제 민간의료기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필수중증의료의 국가적 보건의료체계를 정상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을 제대로 해서 국가중앙병원 기능을 명확하면서도 올바르게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NMC 우수인력 투자 및 병상확보 절실···국가역량 필수의료 역량 좌우


새 병원을 지어도 인프라를 구축해놓지 않으면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코로나19 시기와 같이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을 들여 병상을 사는 대응이 반복될 뿐이다.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의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를 늘리는게 아닌 국립중앙의료원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 효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미충족 필수중증의료 대응, 적정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의료인력에 아낌없는 투자와 1000병상 이상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팬데믹 당시 의료진과 의료취약계층 희생을 통해 얻은 교훈은 기존 의료기관과 비슷한 하나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과거에 없었던 제대로 된 '국가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1958년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번 현대화 사업은 미충족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제공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좌우할 중요한 프로젝트다.


이번엔 반드시 명실상부한 국가 중심 병원답게 필수중증의료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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