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점도는 사람 체온 떨어지면 증가한다"
조영일 박사(미국 드렉셀대학교)
2023.07.10 17:33 댓글쓰기

[특별기고 3] 혈액이 얼마나 끈끈한가를 양적으로 표현하는 지표로 점도(Viscosity)를 사용하는데 점도는 유체의 고유한 물성이다. 혈관 벽면에서 혈액 움직임에 저항하는 마찰력의 원인이다.


공기와 같은 기체도 점도가 있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공기 흐름으로 인한 마찰력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공학도들은 초음속 비행기나 로켓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설계 및 제작할 때 공기로 인한 엄청난 마찰력과 그로 인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열 발생으로 인한 점도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공기에 비해 물은 약 60배 정도 큰 점도 값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점도 기본 단위로 상온에서 물의 점도를 사용하는데 1센티포이즈(cP)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모든 기체의 점도는 온도가 올라가면 기체 분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상호 심하게 충돌하기 때문에 점도가 증가한다. 반면 액체 점도는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 분자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줄어들어서 감소한다. 


혈액의 경우 체온이 떨어지면 혈액 점도가 증가한다. 그래서 저체온증(hypothermia) 같은 경우 혈액이 더 끈끈해지고, 이로 인한 마찰력 증가로 각종 혈관에서 혈(血) 유동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혈액과 물 점도를 비교해보면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물 점도는 유속에 상관없이 일정한데 반해 혈액 점도는 혈(血) 유속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점이다.


"비뉴턴성 점도 유체인 혈액, 혈(血) 유속 영향 받아"


혈액 속에는 적혈구가 30~50%정도 있으며 이외에 혈장단백질,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있다. 이들이 혈액 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혈액 점도는 혈액이 수축기 환경에서 빠르게 흐를 때 제일 작은 값을 갖는데 섭씨 37도에서 대략 4cP정도로 이는 상온(20±5°C)의 물 점도보다 4배 정도 크다.  


반대로 혈액이 이완기 환경에서 아주 느리게 흐를 때 혈액 점도는 10~14cP정도로 크게 증가한다.


위에 언급한 혈액 점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적혈구가 혈 유속이 빠를 때는 서로 흩어져서 움직이다가 혈 유속에 낮을 땐 10~20개 정도가 응집하기 때문이다.


응집된 적혈구는 큰 적혈구 덩어리를 만들고 이로 인해 혈관 벽면에 마찰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혈액 점도가 이완기 환경에서 증가한다.


또한 혈장단백질, 콜레스테롤, 그리고  중성지방이 혈액 점도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 못할 정도로 중요하다.  


대부분의 질병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혈장단백질이 증가하게 돼 혈장 점도(plasma viscosity)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이들 단백질이 적혈구 응집을 적극 도와줘 혈액 점도도 증가시킨다.


콜레스테롤, 특히 저밀도 콜레스테롤도 이완기 환경에서 적혈구들의 응집을 도와주어 이완기 점도를 증가시킨다.


물처럼 유속에 상관없이 일정한 점도값을 갖는 유체와 달리 적혈구, 혈장단백질, 콜레스테롤처럼 여러 부유입자들이 떠있는 혈액과 같은 액체들은 유속에 의해 매우 예민하게 점도값이 변한다.

 

즉, 물과 같은 유체는 뉴턴성 점도(Newtonian viscosity) 유체로, 혈액과 같은 유체는 비뉴턴성 점도(Non-Newtonian viscosity) 유체로 분류한다. 


혈액은 유속이 빠른 수축기 환경에서 점도값이 최저이고, 유속이 최저인 이완기 환경에서 점도값이 최대이므로, 이들을 각각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라고 부른다.


다만 관상동맥에서 혈 유동은 다른 혈관들에서의 혈 유동과 반대이므로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다.


끈끈한 혈액, '지혈 효과'…정상 범위 점도 유지 중요


필자는 평생 혈액 점도를 연구하면서 '왜 혈액이 끈끈하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질문을 가졌다. 우리 인류 조상들의 생존에 꼭 필요했기 때문에 점성을 가졌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혈액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혈 유동에 문제가 생겨서 심근경색 및 뇌경색 등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경우 혈액 점도를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혈액 점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 또 어디까지 낮추는 게 좋은지 아직 잘 모른다. 


끈끈한 혈액이 도움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상생활에서 피부에 상처가 나면 이때 끈끈한 혈액의 마찰력이 피가 계속 나오지 못하게 막아서 혈소판과 함께 상처가 낫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눈에는 안 보이지만 위 벽이나 혈관 벽면에 상처가 생긴 경우, 끈끈한 혈액은 마찰력을 이용해 피가 상처를 통해 흐르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단,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경우 혈소판이 제 기능을 하고 있어도 피가 계속 흐를 수 있다.  


혈액 점도가 물 점도만큼 낮은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제대로 잘 된 봉합 사이로도 피가 새어 나올 수도 있다.  


의생명공학과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Univ. of California San Diego) 연구자들은 전쟁터 혹은 자동차 사고에서 심한 출혈이 생길 때 혈액 점도를 급히 증가시켜 생명을 구하려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몸의 건강을 표시하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많은 지표들처럼 혈액 점도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혈액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미세혈관에서 혈 유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궁극적으로 미세혈관들이 산소를 공급하는 각종 장기들이 기능을 잃게 된다.


역으로 혈액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져서 피가 물처럼 묽어지면, 끈끈한 혈액이 이제까지 우리 몸에 제공해 온 보호장치를 잃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행위들 가운데 혈액 점도를 높이는 행위들도 있고, 반대로 낮추는 행위들도 있다.  


특정 질병 진단 후 복용하기 시작하는 약물들, 예컨대 항혈소판제가 혈액 점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연구결과는 알려져 있지만 이 약물들이 특정 환자에서 혈액 점도를 얼마나 낮추는지는 아직 관심이 없다.  


약물 복용이 혈액 점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다음 칼럼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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