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체계 개편과 인공지능(AI) 활용 응급실 미래
오성진 보험자병원정책실장(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2023.07.03 05:20 댓글쓰기

근래 우리나라 의료계 최대 이슈는 환자가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고민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 이슈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응급의료 문제는, 예측하기 힘들고 계절별로 편차가 큰 '수요'에 비해 3D 직종인 응급실 '의료인력 공급'과 일반병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설 투자가 필요한 '병상 공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수가 현실화와 의대 정원 확대 같은 대책 효과를 마냥 기다리기엔 눈 앞의 현실이 다급하고 이해집단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에 한계가 있을 시 자원의 분산을 막기 위한 투자 기본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응급의료 정책 약점 '분산 투자'→'선택과 집중' 전환 절실


사실 그동안 응급의료에 관한 정부의 정책은 분산 투자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전국 응급의료체계를 40개 권역응급의료센터, 125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 그리고 243개의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성 운영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전달체계 내 연계도 원활치 않다. 


권역과 지역응급의료센터 간 구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165개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가 다 같이 중증도 분류없이 차별성을 상실, 결국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실정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의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방안 성공을 위한 핵심은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환자 거부없이 책임지는 50개 중증응급의료센터의 차별성 확보와 비중증 응급환자 치료와 더불어 중증응급환자의 일차수용 및 전원을 담당할 125개 일반응급의료센터 간 원활한 전달체계 확립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에는 기업 투자와 마찬가지로 함정이 있다. 자칫 중증응급의료센터에만 집중적 투자가 이뤄질 경우 일반응급의료센터의 질(質) 저하로 비중증 응급환자가 다시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몰려 양쪽 기능을 모두 잃어버리는 차별화 상실이 재차 우려된다는 것이다. 


응급의료센터 기능 상실 및 저하 우려되는 상황서 소생 전략 핵심 '인공지능(AI)'


해당 전략과 분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도전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핵심 사안은 ▲응급환자 중증도 판단과 이송 응급의료센터 결정 권한 ▲일반응급의료센터 일차수용 중증응급 환자의 중증응급의료센터 전원 방안(신속·안전 여부) ▲중증응급의료센터 과밀화 해결 방안으로 요약된다. 


해당 사안은 현재까지 의료진과 119 구급대원 경험에 의존하지만, 최근 급속한 발전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헬스케어에서도 예외없이 인공지능(AI)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AI는 응급실처럼 신속한 판단과 처치가 생명인 위기대응 환경에서 환자 결과를 개선하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며 의사 결정을 향상시켜 응급의학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AI는 의료 전문가에게 귀중한 지원을 제공해 응급실을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AI 응급실, 구체적 활용 사례는?


먼저, AI 기반 진단보조 도구는 X선, CT 스캔 및 MRI와 같은 의료 영상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감지해 의료진에게 알람을 제공함으로써 진단 프로세스 속도를 높일뿐만 아니라 인적 오류 가능성을 줄여 환자 치료와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AI 능력은 영상진단 보조 뿐 아니라 환자 중증도 분류에도 발휘될 수 있어서 응급환자의 생체 징후와 증상 변화를 분석해 상태 심각도에 따라 의료진의 조기 개입을 도와 심각한 상태로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150여 종의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국내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인 개발 열기 및 제도 지원으로 우리나라 의료 AI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를 통해 객관적 중증도 판단이 조기에 신속하게 가능해져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이송할 응급의료센터를 결정할 수 있고 일반응급의료센터에 일차 수용된 환자의 전원 결정도 신속하게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서 항상 지적되는 구급차 내 환자 상태 모니터링의 사각지대 문제를 AI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응급의료센터 간 전원 시 IoMT 엠뷸런스 도입 운용 실증사업으로 개발된 AI 앰뷸런스를 이용한다면 응급의료센터와 앰뷸런스 간 실시간 환자정보 교환이 신속하고 안전한 전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필수의료와 응급실 개편 핵심은 '효율적 병상 운영'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에서의 핵심은 중증응급환자 100% 책임수용을 책임져야 하는 중증응급의료센터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병상 운영이다. 


응급의료센터 병상은 입원 병동, 중환자실 병상 및 수술실 현황과 연계돼 관리되기 때문에 전체 병원의 병상운영이 최적화되지 않으면 결국 응급실 뺑뺑이는 선택과 집중에도 불구하고 재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는 임상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응급실의 워크플로를 최적화해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전반적인 환자 관리를 향상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은 과거 환자 데이터, 입원율 및 계절적 패턴을 분석해 환자 흐름과 리소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이 정보는 병원 관리자가 직원, 병상 및 장비를 효과적으로 할당하고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즉, 응급의료센터의 환자 밀도를 최적 상황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I 활용 의사와 AI 비활용 의사, 격차 더욱 벌어질 것을 전망


결론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는 응급의료체계 개편의 핵심에 놓여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최적화와 하위 응급의료센터와의 효율적인 연계를 지금까지처럼 경험에 의존해 운영한다면 수십년간 반복해온 실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AI 도움으로 임상의사 결정을 지원받고(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앰뷸런스 내에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Remote Patient Monitoring), 응급의료센터 내 워크플로를 최적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한다면 응급의료시스템의 혁신적인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눈 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물론 AI는 의료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 간호사 및 기타 의료진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손길, 공감 및 전문 지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AI는 의료전문가 역량을 강화하고 정보에 입각한 시기적절한 결정을 촉진하는 귀중한 보조 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나 AI가 의료진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AI를 활용할 줄 아는 의료진이 그렇지 못한 의료진을 앞으로 대체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AI를 통해 최적화된 중증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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