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피부미용 시술이 위험한 이유
안인수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시흥휴먼피부과 원장)
2024.06.17 17:42 댓글쓰기

[기고] 지난 2월 1일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의 정책을 발표하고, 미용 의료시술에 대해 '의사 독점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독점을 깨기 위해서 미용 의료 시술 일부를 의료인 외에게 허용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미용성형이 보건의료라고 보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며 이에 기반한 정부 정책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危害)를 가져올 것임이 자명하다.

 

'미용의료 시술 일부를 의료인 외에게 허용한다'와 '미용성형이 보건의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인식은 이 같은 치료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미용의료 시술과 미용성형을 하기 위해서는 질환을 치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해부학적 지식과 인체 각 부분의 생리학적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해당 분야의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갖춘 전문 의료인만이 이러한 시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 혹은 무자격자가 미용의료시술과 미용성형을 하게 된다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의료인 시술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 보고 잦아"


예를 들어, 대표적인 미용의료 시술 가운데 하나인 히알루론산 필러 주입으로 인한 실명(失明)과 피부 괴사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실례로 2023년 6월에 해외에서 한 여성이 엉덩이를 리프팅하기 위해 불법 시술을 받았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해당 여성은 의사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에게 시술을 받았다가 이후 전신 감염이 발생해 결국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보고된 사례 외에도 전 세계에서 비의료인의 불법 시술로 인한 실명, 피부 괴사, 사망 등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부미용시술을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분리해서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취급하는 것 또한 잘못된 행태다. 


피부미용시술은 피부과 전문의가 다루는 여러 전문 분야 중 하나 일 뿐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타과 의사가 함부로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피부과 전문의는 미용의료시술 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피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 할 수 있는 피부 전문가다. 


라면 끓이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고 오는 환자, 산행 후 송충이 가루나 풀독이 생겨 가려워 미치는 환자, 벌초 갔다가 벌에 쏘여 오는 환자, 직장 스트레스로 듬성듬성 빠진 원형탈모 환자, 자전거 타다 넘어져 갈아서 오는 찰과상 환자, 아파서 한 숨 못잤다는 대상포진 환자, 피곤해 입이 부르튼 헤르페스 환자, 음식을 잘 못 먹고 전신에 발생한 두드러기 환자, 항생제 소염제 부작용으로 온 약진 환자, 학교 갔다 조퇴하고 온 가렵고 진물이 나는 농가진 어린이, 가려운 물집이 온 몸에 생기는 수두 환자, 자꾸 번진다고 데려온 물사마귀 어린이, 염색하고 두피가 온통 진물로 덮힌 염색약 알레르기 환자, 문에 끼어 손톱밑에 피가 고여 아파서 온 환자, 발가락 사이가 가렵고 진물러온 무좀 환자, 등에 커다랗게 곪아서 온 종기 환자, 손발에 잔뜩 달고 온 전염성 사마귀 환자, 요양병원에서 단체로 데려온 옴 환자,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가려움증 어르신 환자, 사계절 뻑뻑 긁고 있는 아토피 환자, 하얀 각질이 온몸을 덮은 건선 환자. 피부과 전문의들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환자들이다.




"미용 일반의가 피부과 의사로 위장, 환자 피해 가중"


해당 사진은 전북대학교 피부과학교실 윤석권 교수가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들과 함께 만든 자료로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미용시술 하는 일반의사들이 피부과 의사로 오인하게 하는 행태와 문제점 그리고 그 대처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발췌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에게 시술 받은 후 발생한 부작용 사례를 통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문조사를 토대로 정리한 연구자료다. 


이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피부과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나 무자격자들이 피부미용시술을 하면 피부과전문의에 비해 많은 부작용 사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미용 일반의들이 피부과 의사로 위장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법적 해결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가 시행해도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피부미용시술을 일반인 혹은 무자격자가 시술할 경우에 환자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혹은 타과 전문의들이 피부과 전문의인 척 행세 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최근에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마크를 도용하고 피부과 전문의라고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어 보건복지부에서 불법행위로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2015년 전북대학교 피부과학 교실에서 '3차 의료기관에 내원한 피부과적 시술 후 부작용 74예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피부과 전문의가 일으킨 시술 후 부작용은 그 숫자도 현격히 적을 뿐 아니라 발생한 부작용도 색소침착이나 가벼운 흉터등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에 그친 반면, 일반의나 비의료인이 시행한 시술로 인한 부작용은 경미한 부작용 뿐만 아니라 심한 화상이나 피부괴사 등 심각하고 비가역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많았다.


그럼 피부미용을 하는 일반의 들은 왜 피부과 전문의인척 행세 할까. 그 이유는 아래 자료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16년 전북대학교 피부과학교실에서 '3차 의료기관 피부과에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피부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도 조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대다수 환자들은 피부과 전문의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데 피부과 전문의인척 하는 의사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피부 질환뿐 아니라 피부미용시술을 피부과 전문의에게 받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81% 환자들은 간판을 통해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구별 못해"


'진료받은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인 줄 알았으나 아닌 것을 알았을 때 의사 이미지 변화'에 대한 질문에 '나빠진다'가 91명(41.2%)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값도 3.86 (±1.00)로 '나빠진다'에 가 까웠고, 재진료 의향에 대해서는 '다시 방문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한 환자가 85% 이상이었다.


피부과 전문의 인식 정도와 실제 구별 능력에 있어 환자 스스로 피부과 전문의 운영 의료기관을 구별할 수 있다고 응답한 환자는 77명(34.8%)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중 약 절반 정도 (42명)만이 실제 구별 능력을 갖고 있어 전체의 81%의 환자들은 간판을 통해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전혀 구별해내지 못했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은 피부질환이던 피부미용이던 우선 피부과전문의의 진료를 받길 원하지만 실제 피부과 전문의인척 행세하는 미용클리닉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그 실체를 구분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며 피부과를 표방하는 일반의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피부미용의료 시장을 누구나 해도 되는 분야로 만들어서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거해 수요를 엄청나게 늘리면서 피부미용 의료시장을 황폐화시켜 더 이상 피부미용시장이 돈벌이가 안 되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쪽으로 향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 피부미용의료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만의 고유한 자산이자 대한민국 피부과 전문의들의 자긍심이다. 수십년간 노력해서 쌓아올린 K-뷰티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피부과 전문의로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의 피부미용시술 허용은 국민 건강과 피부미용의료 시장 발전을 위해 절대 허가돼서는 안되며, 피부과 전문의들이 묵묵히 일선에서 진료를 보며 국민들 피부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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