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접근성, 환자들에게 문(門) 더 활짝 열리길'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장
2015.03.29 20:00 댓글쓰기

‘신약 접근성? 도대체 무슨 뜻이야?’

 

환우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이제는 무슨 뜻인지 잘 알게 됐고, 나 스스로도 신약 접근성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 하지만 처음 이 용어를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안 왔기 때문이다.

 

치료약이 없어 죽게 생긴 환자가, 약이 새로 개발돼 먹으면 살 수 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신약이 있어도 쓸 수 없는 경우는 두 가지다.

 

허가를 받지 못해 법적으로 못 쓰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부자 환자들만 쓸 수 있거나. 이런 것을 신약 접근성이 제한돼 있다, 막혀있다, 나쁘다고 한다.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신약의 효능, 안전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뜻이니 그나마 덜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신약이 비싸 써보지도 못하고 병이 심해져 죽게 되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신약의 존재를 몰랐더라면 덜 속상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환자들이 얼마나 똑똑한가. 해외에서 어떤 신약이 언제 개발돼 어떻게 사용되는지 너무 잘 안다. 우리나라에서 신약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알면, 병환의 고통에 마음고생 또한 더해져 투병의 아픔이 더욱 깊어진다.

 

최근 정부가 고가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너무 잘 알고 있고, 이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필자와 연이 있는 다발골수종도 정부 정책의 변화로 혜택을 받았다.

 

위험분담제가 도입되면서 환자들이 5~6년간 애타게 기다렸던 신약이 급여가 돼, 많은 환자가 삶의 희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꽉 막혀있는 느낌이다. 건강보험 관계 기관들의 책임과 역할은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을 대표해,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를 적합한 과정을 통해 신속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은 약값을 너무 재고 따지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아까운 생명들을 놓치는 상황까지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신약 접근성이 막히면 환자 치료는 물론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까지 가져올 수 있다.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환자들이 더 빨리 치료해 건강해지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더 이익이 될 것이다.

 

필자가 들은 약제 중에는 몇 년째 급여의 문턱을 못 넘고 있는 골다공증 치료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골형성 촉진제다. 골밀도가 낮은 환자들은 한번 뼈가 부러지면 재골절과 사망의 위험이 크다고 한다.

 

환자들이 뼈를 튼튼하게 형성시켜, 재골절과 사망으로 인한 더 비싼 직접, 간접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치료제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10여년째 건강보험 급여가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다발골수종도 여전히 신약 접근성에 대해 갈급함이 있다. 잘 아는 대학병원 교수님께서 생각보다 레블리미드의 치료 성과가 외국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을 한다.

 

신약 도입 시기가 너무 늦어지다 보니, 국내 환자의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아 치료제 반응률이 낮은 것이다. 게다가 질병 특성상 불응, 재발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때문에 레블리미드 치료 실패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포말리스트처럼 그 이후 치료를 담당할 신약도 환자들에게 문(門)이 열려 있어야 더 좋은 치료 효과와 경과로 생명을 연장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건강한 삶을 통해 우리사회 공동체 전체에 경제적으로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에게 신약이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이길 바란다.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을 통해, 고통 가운데 있는 환자들에게 신약 접근성의 문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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