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피해지역 의료인 파견에 즈음해서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2014.11.02 20:00 댓글쓰기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병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기준 확진 및 의심환자 1만3676명, 사망자 4920명이었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외 미국, 스페인, 말리에서도 환자 확진 후 다음 대륙은 아시아가 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에볼라 의료진 파견방침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나 WHO가 발표하는 동향보고에 따르면 한국의료진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는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지역은 여전히 에볼라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에볼라 환자처치를 담당했던 의료계 종사자들이 감염이 되고, 이들을 통해서 미국, 스페인과 같이 에볼라 대륙 간 전파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료진 파견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의료인 안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지난 8월 6일 에볼라 바이러스병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헤 국민들에게 에볼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후 신종 감염병 대응 TFT를 구축해 의료진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간호협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해 보호장구를 포함한 의료제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체계 중요성을 역설했다. 의료진 안전이 결국 ‘국민의 안전’으로 귀결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의협과 간협이 한목소리로 나서게 된 이유는 정부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해 이번 파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에볼라 관련 의료진 파견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세밀하게 준비되도록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과잉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에볼라 최신 지견을 바탕으로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됐던 의료처치 시 에볼라 에어로졸 형태 감염 가능성은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가 없는 공기전파 가능성과 구분돼야 한다.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한 사실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혼란과 불안을 가져다주지 않도록 설명돼야 한다.

 

현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WHO와 미국 CDC 에볼라 대응 가이드라인조차도 초기 대응 매뉴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호장비에 대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등 지속적인 보완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선제적 에볼라 대응을 목표로 하는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 현재 17개 지정격리병원의 경우, 음압병상 마련 외에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심 환자 발생신고로부터 치료과정 및 병원을 떠나는 순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돼야 한다. 제3의 기관을 지정해 지정격리병원들이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 철저하게 준비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안전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 내 에어로졸에 의한 2차감염 가능성도 대비해 병실을 포함한 검사실, 처치실, 폐기물 처리실 등에서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시스템이 고려돼야 한다.

 

셋째, 파견 의료진의 사전, 사후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보상체계 등 세밀하고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달 초 파견될 선발대 현장조사 결과가 본대 파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있어 적극 반영될수 있도록 사전에 면밀한 준비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충분한 교육과 사전준비를 통해서 숙련된 인력풀을 확보한 후 이들을 현장에 투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파견될 의료진의 위험에 대비해 파견팀과 정부 차원의 신뢰관계 형성 및 보상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파견 의료진의 중추적으로 소통 역할을 담당할 팀 리더에게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임무 수행 후에는 감염 의심증상이 없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21일동안 의무격리 부분에 있어서도 윤리적·인권존중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의 피해지역 의료인 파견 결정과 관련해 의료계와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상외로 상당수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소식은 한국 의료인들의 박애정신과 인류애 및 의업에 대한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뜻 깊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도 에볼라 바이러스병을 포함한 발생 가능한 신종 감염병에 대해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정부와 호흡을 같이해 신속한 대응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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