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변화로 소아비만 급증'
김혜순 교수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2014.08.24 20:00 댓글쓰기

옛날 어른들은 아이가 뚱뚱해져도 살이 다 키가 되므로 비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사실일까?

 

아이가 3kg으로 태어나서 100일이 되면 체중이 두 배 가량 늘어서 6~7kg이 되고 돌이 되면 3배가 돼 10kg 정도 된다. 키는 50cm로 태어나지만 돌이 되면 자기 신장의 50%가 증가해 75cm 정도가 된다.

 

이런 성장을 사람의 제1 급성장기라고 부르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성장 요소는 아이의 영양 상태이다. 즉 영양이 좋으면 잘 자라지만 영양이 불균형이 될 경우에는 성장이 불량하게 된다.

 

그러나 3~4세 이후에는 유전성·성장호르몬·영양·운동 등이 성장의 중요 요소가 된다. 영양이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영양 과다의 부작용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소아비만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선 가까이 있는 대형 마트의 값싸고 맛있어 보이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대중들을 유혹하고 있다.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들이 원하는 음식을 사주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주면서 음식 선택을 전적으로 자녀들의 입맛에 맡기게 됐다.

 

아이들은 동물성 지방과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지고 야채를 멀리한다. 옆집 같은 편의점 덕에 배고플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음식은 언제나 주변에 널려있다. 또한 가족이 모이는 주말에는 고칼로리 음식으로 외식을 한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서 칼로리 섭취는 초과됐지만 아이들의 신체 활동은 극히 제한돼 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깥에 나가서 노는 대신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너무 늦게 돌아오는 탓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

 

또한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주변에 있어 ‘안구 운동’이나 ‘손가락 운동’이 전부이다. 과다하게 섭취된 에너지를 소비하기에는 너무나 활동량이 적어서 결국 잉여 칼로리는 몸속에서 지방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아울러 비만해지면 더 움직이기 귀찮아지고 활동성이 떨어져서 더욱 운동하는 것을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온다.

 

“성인 못지않게 어린이도 비만 철저히 관리해야”

 

그럼 비만은 성장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비만한 아동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서 또래보다 큰 편이지만, 골 연령도 빠르게 늘어서 결국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감소시킨다.

 

비만인 아동은 성장호르몬 분비도 감소되고,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골 연령이 빨라지기 때문에 사춘기가 빨라져서 결국 성조숙증의 위험성에 놓이게 된다.

 

빠른 성장을 보이다가 사춘기가 빨라져서 일찍 성장하지만 오히려 일찍 성장이 멈춰 결국 최종 성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성조숙증의 증가는 소아 비만 증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을 먹는 습관, 음식을 선택하는 습관, 활동하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등 모두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닌 만큼 비만이 설령 모두 키가 된다고 하더라도 비만에서 쉽게 탈출하기란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아비만에 대해 관대해서는 안 된다.

 

비만은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이외에도 어른들처럼 심혈관 질환의 시초가 되는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즉 성인병이라고 불렸던 지방간·고지혈증·고혈당·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이 소아청소년에게 증가하고 있고, 성인형 당뇨병에 중고등학생 청소년이 걸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정신적 성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시기에 비만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약하게 만들고 친구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많이 먹게 돼 비만의 악순환을 이루게 된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소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성장에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 비만은 예방이 최선이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습관으로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상식이 소아청소년에게도 강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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