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한 의료계 투쟁 주도권이 전공의 등 젊은의사 중심에서 예비의사인 의대생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잇따라 파업을 철회하며 진료현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들은 여전히 투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다.
특시 의사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구제 여부가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의료계 투쟁의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및 보건복지부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며 가장 먼저 투쟁 종료를 알렸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위시한 젊은의사들이 이에 반발했고, 지난 주말 동안 내부 진통을 겪은 끝에 7일 진료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지현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는 등 마지막까지 내홍을 연출했다.
기성세대와 선배들이 파업을 접고 진료현장 복귀를 결정했음에도 의대생들은 결연한 의지로 투쟁을 이어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회 의결에 따라 만장일치로 국시 거부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의대협 비대위는 “의협과 당정의 졸속 합의문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걸 보며 회원들이 분노했다”며 “협회는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응시 거부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시험일정까지 연기했지만 의대생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실제 의사국시 신청 마감시한이었던 지난 6일 자정까지 접수된 응시자는 전체 대상자의 14%에 불과했다. 지난 4일 기준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국시 파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의사국시 총 응시 대상인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을 치른다는 얘기다. 나머지 2726명은 의사국시를 포기한 상태다.
정부는 당초 공지한대로 오늘(8일)부터 실기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회 반장은 “이는 법과 원칙의 문제이며 의사국시 이 외의 국가시험을 치르는 수 많은 직업군과도 형평성 문제에 위배된다”고 단호함을 보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윤성 원장 역시 의사국시 접수기간 추가 연장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구제가 막힌 상황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이번에 의사국시를 거부한 2726명의 의대생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의협 대전협 “의대생 구제 없으면 합의도 원천무효” 교수들 “제자들 피해보면 좌시하지 않을 것”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기성세대 및 선배의사들도 즉각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정과의 합의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며 “이 전제가 훼손될 경우 합의는 무효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대생들의 응시 거부는 정당한 항의인 만큼 마땅히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료 복귀를 선언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의사국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구제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 수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생 보호는 당연한 전제”라며 “2주 내로 재응시 시키거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연기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제자들의 피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의과대학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줄곧 후배 및 제자들과 뜻을 함께 해왔다”며 “의대생들이 구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투쟁에 나선 젊은의사들의 빈자리를 대신했지만 정부가 미래의료를 책임질 예비의사들을 계속 홀대할 경우 이후 전개될 상황에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