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어 시민단체 반발 거세지는 '강원도 원격의료'
29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 집회, '통신기업만 배불리고 의료영리화 단초'
2019.07.29 19:3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단 및 처방을 허용하는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과잉진료를 우려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민간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원격의료가 통신기업과 의료기기업체만 배불려 궁극적으로는 의료민영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9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 원격의료 사업을 중단 것을 요구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기존에 진행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충분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철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팀장은 “2010년~2013년 산업자원통상부가 355억원을 들여 시범사업을 했지만 결과왜곡과 사실은폐라는 점이 밝혀져 망신만 당했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불과 지난해 9월 지금까지의 원격의료 사업이 ‘엉성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원격의료 실증의 근거가 된 규제자유특구법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프리존법’을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규제프리존법은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774억원을 내자 박 대통령이 추진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적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원격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관련 기업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시민단체 주장이다.
 

2014년 복지부에 따르면 만성질환자 585만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필요한 장비에만 약 20조원 이상의 지출이 예상된다.
 

유 팀장은 “2013년 산자부 시범사업에서는 SK텔레콤 컨소시엄이 225억원을 지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원격의료 사업은 설비를 운영하는 대형통신사들의 숙원사업이다. 또 원격의료에 필요한 진단지원시스템, 게이트웨이, 혈압혈당측정기 등을 판매하는 삼성 SDS, 메드트로닉, 로슈 같은 국내외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반대 여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규제특구로 지정된 강원도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강원도의사회는 “당초 원격모니터링 수준이었던 사업방향을 막판에 원격의료로 변경한 것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원격의료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그동안 의료계는 환자 안전 침해, 과잉진료 유발, 일차의료 악화 및 의료전달체계 무력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원격의료를 반대해왔다.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수도권으로 쏠린 의료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의료현실을 외면하고 의료를 산업 육성 도구로 삼아 원격의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 건강과 올바른 의료정책을 위해 의협 등과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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