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취지 무색해진 재난적 의료비···집행률 저조
예산은 충분하지만 지급은 미흡···환자단체 '설계·운영 심각한 문제'
2020.04.20 12: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환자단체연합회가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가구 소득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진료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제도다.
 

예비급여, 선별급여 법정본인부담금, 양‧한방 포함한 전액본인부담금과 비급여(치료외적 비급여 제외) 항목을 포함한 의료비의 50%를 연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13년 8월부터 2017년까지 4대 중증질환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모든 질환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본 사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책정된 예산 대비 사용되지 않은 불용액이 매년 늘어나면서 실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2015년 1만9291건에 달하던 재난적 의료비 지급건수는 2016년 1만4752건, 2017년 1만1571건, 2018년 8687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예산액 대비 집행액 비율도 꾸준히 감소했다. 2015년 600억원 중 598억6200만원을 집행해 99.7%에 달했던 집행액 비율은 ▲2016년 81.9% ▲2017년 62.3% ▲2018년 14.0%까지 줄어들었다.
 

절대적인 집행액 자체도 2015년 598억6200만원에서 2018년 예산이 2.5배 가량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210억원으로 줄었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신경내분비종양 환자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약제비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가 사용하는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의 경우 한 사이클 치료에 약 1억400만원이 들어 환자들에게 부담이 크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로부터 “루타테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건강보험공단 본사에 재차 문의했지만 동일한 답변을 들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루타테라는 현재 2상 임상시험이 완료돼 식약처에서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이미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받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이 가능한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복권위원회가 발행한 '2020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항목 대상인 ‘의료비 관련 약제비’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구입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한 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는 “2018년 한 해 지급된 재난적 의료비는 210억원 밖에 되지 않고, 2019년에는 상한액인 2000~3000만원을 지원받은 환자가 7명, 3000만원을 지원받은 환자가 9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제도 설계와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에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다른 제도들이 많은 게 집행율 저하의 원인”이라며 “필요한 사람에게 적기에 지원해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완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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