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역대급 난국(難局)이다. 대리수술과 맥(脈)을 같이하는 대리마취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전문간호사’라는 심히 불편한 화두가 부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은 의료계에서도 마취통증의학과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들은 “마취전문간호사에게 마취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내부적으로는 운영체계 변화라는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 이사장과 회장 양분체제에서 회장 단일체제로의 변화가 예정돼 있다. 이번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선거에 역대급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 중에서도 가장 힘겹고 중요한 시기에 이뤄지는 수장 선출인 만큼 그 무게감이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2명의 후보를 만나 작금의 현안 해결 방안과 건설적 미래 설계방식을 물었다. 첫 번째 후보인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연준흠 교수는 ‘결단하고 실행하는 학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난세 극복 위한 야전형 리더”
연준흠 후보는 마취통증의학과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비상사태’로 진단하고 회원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향후 2~3년이 마취통증의학과 명운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야전형 리더가 되고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전문간호사 문제를 지목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간호사 관련 개정안은 마취전문간호사로 하여금 ‘불법 마취시술’을 허용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개정안에서 명시된 마취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는 현행법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마취 위험도와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의료인 양심상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전공의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심각한 의료공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눈에 흙이 들어와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준흠 후보는 개정안 중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처치‧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마취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부분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의 지도나 지시에 따르더라도 불법이라는 것은 이미 법률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결정난 사안인 만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2010년 ‘마취전문간호사가 시행하는 마취는 단독이든 의사의 위임에 의해서든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마취전문간호사의 단독 혹은 지시에 의한 마취 모두 불법이라는 행정해석과 판결들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16년 의료법에는 반드시 전신마취를 시행한 의사 이름을 기록하고 환자에게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간호사에 의한 마취 가능성을 원천차단시켰다고 연 후보는 전했다.
그는 해당 개정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마취전문간호사를 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다소 격한 표현을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연준흠 후보는 “극도의 고도화된 간호계 직역 이기주의에는 이안환안(以眼還眼), 이아환아(以牙還牙)의 방침으로 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마취는 수술과 같이 단독이든, 지도를 받든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라며 “환자 목숨을 직접 담보하는 마취진료를 그렇게나 하고 싶으냐”고 꼬집었다.
이번 개정안에 반발해 복지부에서 1인 시위도 전개한 바 있는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최대 현안인 전문간호사 문제 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고 바로잡아 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마취진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마취전문간호사는 말 그대로 간호에 전념해 주길 바란다”며 “환자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을 교묘히 왜곡한 엉터리 상식 및 협력, 상생(相生)을 주장하기보다는 생명 존중의 절대정신을 부디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풍부한 대외활동 경험, 회무에 투영”
연준흠 후보는 그동안 대한마취통증의학회를 비롯해 대한정맥하취학회, 대한임상보험의학회, 대한통증학회, 대한산과마취학회 등 관련 학회 회무에 적극 참여해 왔다.
특히 십 수년 넘게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로 활동했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서 각종 평가위원과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이 기간 동안 풍부한 대외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과 넓은 네트워크는 향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무를 이끌어 감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연준흠 후보는 “2년 임기는 매우 짧다. 미리 준비돼 있지 않다면 시행착오만으로 임기 대부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며 “감히 준비된 회장 후보이자 지금 시기의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무엇보다 의협을 비롯한 각 학회에서 오랜기간 활동한 보험 전문가인 만큼 그 강점을 살려 마취통증의학과 보험수가 개선에 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공교롭게도 향후 의료계 보험수가 향배를 가르는 3차 상대가치 개편 작업이 최근 본격화 되고 있다. 연준흠 후보는 의료계를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번 상대가치 개편의 핵심은 진찰료와 입원료 수가 조정이다. 의원급과 병원급 진찰료 및 입원료는 의약분업 시행 2001년 이후 고정돼 있는 상태다.
연 후보는 의료계 전반에 걸친 수가 개정작업인 만큼 특정 전문과목에 치우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마취통증의학과가 역차별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학회 본연의 업무인 학술활동 독려 및 지원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1956년 창립된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현재 6000여 명의 회원과 800여 명의 전공의가 활동하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소아마취학회, 대한마취약리학회, 대한산과마취학회, 대한심폐혈관마취학회, 대한호흡관리학회 등 17개 세부전문학회와 연구회가 결성돼 활동 중이다.
연준흠 후보는 중앙회 성격인 마취통증의학회가 이들 산하 학회와 연구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한국의 마취통증의학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밤낮없이 연구와 교육, 진료를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이 학회 존재를 피부로 느끼고 애정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취통증의학과의 가치를 인정받고 적극적인 학술활동을 통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이 간절한 울림이 회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 후보는 이 외에도 △통증분과전문의제 논의 △마취통증 예제 활용한 통계책 발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특별위원회 신설 △대의민주주의에 걸맞는 평의원회 위상 정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준흠 후보 약력>
○ 대학/병원 경력
-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 미국 버지니아대학 연수
-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무수혈센터장
- 상계백병원 수련교육부장
- 상계백병원 중환자실장
- 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 학회/대외 활동
-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보험위원회 위원장
- 홍보위원회 간사
-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
- 보건복지부 전문평가위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심사위원
-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위원
-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