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 혁신을 위해서는 ‘보편적 의료비 지원 정책’을 탈피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0일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2022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보건의료정책 혁신 방안을 윤석열 정부에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변화해야 하고, 전환해야 하며, 혁신해야 한다”며 보편적 지원을 강화한 문재인 정부 넘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6대 중증질환으로 제한하고 있는 의료진료비를 모든 질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말 그대로 재난처럼 느껴질 만큼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의료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6년 도입된 이후 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 환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까지 의료비 지원 건수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하거나 포기하는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박 교수는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을 최대 2조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이 500억원 정도인데, 5년 내 50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재원 조달 상황에 따라 2조원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손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는 소득 하위분위 환자들까지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료비 부담액이 가구 연소득 대비 15% 초과시 지원을 10% 초과로 변경하고, 연간 지원한도는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 및 지방의료 강화 위한 관점 전환 필요”
박은철 교수는 보건의료정책 혁신 방안으로 필수 및 지방의료 강화도 꼽았다.
박 교수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성과를 보여도 잠시 뿐, 결국 유야무야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형병원 환자 쏠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을 믿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해결책을 인식의 전환에서 찾았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자고 말하면 규제의 정책이 나오지만,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을 살리자면 지원 정책이 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병상수는 많은데 병상 점유율은 OCED 국가 평균보다 10% 가량 낮다”며 “이는 놀고 있는 병상이 많다”면서 단순히 의료기관 증설 정책을 경계했다.
특히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중앙 정부만 움직이면 탁상 행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방 의료기관에 지역 가산 등으로 심뇌혈관 지원을 제공하고 해당 지역 응급 및 심뇌혈관 사망률 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의학 연구, 바이오헬스 투자 대폭 확대 필요”
박 교수는 또 저조한 의학분야 논문 인용 비율을 지적하면서 윤 정부가 바이오헬스 투자액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국내 의학분야 논문 인용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바이오헬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헬스 정부연구비를 연 15% 증액해 정부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정부연구비 액수를 달성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 견해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내 연구비 75%는 민간이 내는 구조다. 특히 대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셈인데, 상위 10대 투자 기업 중 9곳이 모두 공학 기반 기업이다.
박 교수는 “민간 연구비에 의존하면 바이오헬스를 키울 방법이 없다”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자유응모과제와 첨단의료를 포함해 연 15% 증액해야 한다”며 “2022년 정부연구비 2조8000억원을 2027년에는 5조6000억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