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하] 국내 의료전달체계 중추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의 고충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 현상 가속화에 더해 국가적으로 위기였던 코로나19까지 장기화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산 위기에 내몰릴 상황이다. 중소병원 경영난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 데일리메디가 중소병원의 고충 상황을 조명하고 역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22년 특별기획으로 대한중소병원협회와 함께 ‘대한민국 중소병원 살리기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대한중소병원협회 라기혁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 ▲대한중소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인호 지역부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황정한 지역부회장 ▲대한중소병원협회 김상일 기획위원이 패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비롯해 간호인력난, 의료법인 퇴출 구조 등 중소병원들을 옥죄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① [특별기획 상(上)] "환자도 의사도 대형병원 쏠림, 중소병원 존폐 위기"
② [특별기획 하(下)] “위기 중소병원…공보의 재배치·간호등급제 개선 필요”
“대형병원 분원 난립, 지역이기주의 결합해 의료생태계 위협”
좌장 : 최근 상급종합병원들이 연이어 분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김상일 대한중소병원협회 기획위원 : 대형병원들의 서울과 수도권 분원 난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증난치성질환에 대한 필요성까지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 수도권 병원들로 충분히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받아 세금으로 진행되는 대형병원의 지역 분원 설립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바라는 지역이기주의와 결탁해 의료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마냥 병상을 늘리는 것이 의료계 미래를 위해 타당한지 보건당국에게 재고를 부탁드린다. 지금이라도 병상총량제나 전공의 수련 타당성 등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
김태완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책부회장 : 인천에도 여러 상급종합병원 분원이 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인데 결국 적시에 치료받는 환자들이 그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은 병원 생태계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심각한 재고가 필요하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 대형병원들이 지역까지 내려가서 분원을 만든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부가 이를 계속 방치하는 게 괜찮은지 답을 내놔야 된다. 중소병원끼리 연대해서 답을 내놔야 하는데 자발적 퇴출도 쉽지 않고 인수합병에 대한 법도 미비하다. 전반적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설치에 대해 조만간 병상관리 계획을 수립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시도지사 등이 지역에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치를 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며 병상이 계속 늘고 있다. 중앙정부가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면 단위 배치 공보의, 융통성 있는 활용‧재배치 등 고민 필요”
좌장 : 지역 중소병원들의 최소 인력 확보를 위해 ‘공중보건의’ 제도 확대 의견이 제기되는데
김상일 대한중소병원협회 기획위원 : 일본만 해도 공보의들이 지역거점병원에서 수술하고 시간을 내 민간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방안이 활성화돼있다. 융통성 있게 의료인력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먼저 고민해보고 인력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 주어진 인력으로도 이미 분배가 안 되고 있어 한쪽에서는 굶는데 한쪽에서는 호텔밥을 먹는 상황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생기고 지방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졌다. 지방은 수술할 의사가 없는데 서울에서는 외과전문의들이 수술 안 하고 낮에 입원전담의로 일하고 있다. 펠로우 또한 대형병원이 운영 목적으로 채용해서 인력이 편중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황정한 대한중소병원협회 지역부회장 : 지역 필수의료는 공공영역이라는 생각을 갖고 정부가 적극 보강해야 한다. 공보의 재배치를 고민해달라. 면 단위 지방이라도 중심시는 교통이 잘 형성돼있다. 이런 곳은 단위를 묶어 공보의를 배치하면 인력 20~30%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력을 더욱 열악한 의료취약지에 필수진료과에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공보의 재배치를 검토해보겠다. 하지만 산부인과나 내과 같은 일부 과목은 재배치를 하고 싶어도 기존 인력 자체가 없어 쉽지 않다. 간호인력은 계속 확충해왔고 그 기조를 유지,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사인력 확충은 2001년 이후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10년 이상 걸려서 배출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간호등급제 상급종합여원-중소병원, 일괄 기준 적용 폐해로 빈익빈 부익부 심화”
좌장 : 간호관리료 차등제(간호등급제)로 인한 중소병원들 고충은 무엇인가
김상일 대한중소병원협회 기획위원장 : 지방 중소병원 현실에 알맞는 간호등급제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중소병원은 경증환자를 주로 보니 간호요구도가 상급종합병원보다 훨씬 낮다. 이에 간호사 수가 적어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순히 간호사 수가 상급종합병원보다 적다는 이유로 우리가 매우 투자를 안하는 것 처럼 보인다. 더구나 이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면 중등도 보상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본다.
김태완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책부회장 : 간호등급제 취지는 좋았지만 이 때문에 간호인력이 대형병원으로 더 쏠리는 중이다. 신중한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박인호 대한중소병원협회 지역부회장 : 중소병원은 대학병원보다 간호등급 1~2등급을 유지하기가 훨씬 힘들다. 중소병원에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해도 오히려 더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황정한 대한중소병원협회 지역부회장 : 간호등급제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고급 인력이 환자 대소변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알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관련 교육을 수료한 간호조무사 및 일반인에게 그 역할을 하도록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방 필수의료, 중소병원이 담당…시설‧장비 지원 부족”
좌장 :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이 일정 부분 공공병원 역할을 나눌 수 있을까.
박인호 대한중소병원협회 지역부회장 :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국립대병원이나 공공의료원은 시설, 장비 등 지원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지역의료원이 반드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를 모두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 민간병원 또한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시설, 장비에 대해 지역의료원과 똑같이 지원해 줬으면 한다. 목포를 포함해 전남 서부를 담당하는 심뇌혈관센터로 4년 전 지정됐지만 도저히 인력 충원이 불가능해 결국 반납했다. 추가적인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완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책부회장 : 공공병원 영역을 민간병원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천에는 인천의료원을 비롯해 보훈병원,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이 있는데 적십자병원은 4개과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을 못 하고 있다고 들었다. 모든 일을 모두가 하고 있으니 각 병원 효율성이 떨어지고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정치권 등에서 제2인천의료원 설립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논의만 수년째다. 민간병원과 협력체계를 찾는 게 시민은 물론 중소병원에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
김상일 대한중소병원협회 기획위원 : 재난적 감염인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서울,수도권 중소병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진단검사의학과와 감염내과 의사, 감염전문간호사 등 감염전담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병상 전환이 가능하도록 평소에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한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지방은 응급이나 심뇌혈관 질환 등 기본적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병원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를 수행할 수 있으면 지원할 예정이다. 현행 수가체계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에서 역할을 수행 중인 중소병원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수가 인상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