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대학들이 의대 모집 정원 인원을 확정해 발표해야 하는 가운데, 사립대에 비해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국립대에서 학칙 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학칙 개정 없이도 내년도 모집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원칙을 밝혔고, 의료계는 “교수들 의견을 무시하고 정치총장이 되지 말아달라”며 학교 설득에 나서고 있다.
오늘(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은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승인, 의대 증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각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학칙개정을 마무리한 대학은 총 40곳 중 17곳이다. 이중 전남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립대다. 나머지 15곳은 개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서울대 등 서울 소재 대학 8곳은 정원을 배정받지 않아 학칙 개정 대상이 아니다.
제주대·경북대·전북대·경상국립대 보류·부결 등 진통
23일만 해도 재심의 결정, 보류, 가결 결정이 나는 등 곳곳에서 국립대 사정이 엇갈렸다.
급격히 늘어나는 학생에 비해 시설, 교수 수 등 교육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통 고민이 있어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칙 개정은 교무회의·학무회의·교수평의회·대학평의회 심의, 총장 결정 등 개별 학내 절차를 따라 이뤄진다. 교수평의회 심의에 총장이 이의가 있으면 통고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서면으로 이의를 신청할 수 있어 다시 열리기도 하는 구조다.
우선 제주대는 교수평의회를 열고 재심의했으나 보류했다. 5월 8일 부결에 이어 김일환 총장의 요청에 따른 재심의였지만, 학생과 교수의 피해를 고려해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제주대는 오는 29일 다시 교수평의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경북대는 16일 교수평의회에서 부결 결정을 내린 뒤 23일 교수평의회에서 재심의했지만 또 부결됐다.
전북대는 지난 22일 학칙 개정안이 교수평의회에서 부결된 후, 24일 재심의키로 했다.
경상국립대는 또 다시 심의를 거치고 있다. 21일 학칙 개정안이 학무회의를 통과했지만, 22일 대학평의원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 결정이 내려졌다.
국립대 최초로 이달 7일 학칙 개정 부결 소식을 알렸던 부산대는 22일 교무회의 재심의 결과 증원을 확정한 상태다. 그대로 추후 절차를 마무리짓는다면 내년도에는 증원분의 절반만 반영한 163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아 학내 반발이 컸던 충북대는 21일 교무회의에 이어 23일 대학평의원회 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입학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나게 됐고, 내년에는 정원의 약 절반인 76만 늘려 125명을 뽑기로 했다.
충남대도 23일 학무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110명에 정부가 배정한 90명을 더해 총 200명을 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내년에 한해 증원분의 절반만 반영해 45명을 늘려 155명을 모집한다.
충남대는 오는 30일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이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앞서 전남대는 이달 7일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학칙 개정을 마쳤다.
학칙 개정 최종 권한은 총장···내달 학칙개정 미완료 대학 시정명령
주목할 점은 학내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학생들의 반발이 있을지라도 결론적으로는 증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상 학칙 개정은 학내 절차를 따라 이뤄지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모집·선발 인원과 학칙에 차이가 있어도 선발은 가능하다.
교육부는 학칙과 실제 선발 인원이 다른 상황을 피하고자 학칙 개정을 서둘러 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내달 학칙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에 대해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의료계는 학교 설득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정치 총장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마시고 학생들 미래와 우리나라 의료 정상화를 위해 고뇌한 교수님들의 부결 결정을 뒤집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총장들께서 정부 압박에서 벗어나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