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3일 의대 교수들과 회동 뒤 "의협을 중심으로 단일대오 형태로 뭉쳐 나갈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의협을 빼고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조속히 의협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예정된 전국의 휴진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앞서 교수들이 집단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의 완전한 취소를 내건 가운데, 의협은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등 기존 의료계 주장이 휴진 철회 조건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 요구안은 논의 중이다.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가 의협 패싱, 사태 해결 최대 걸림돌"
의협은 이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제4차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번 연석회의에는 이달 18일 의협 주도의 전면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서울의대‧가톨릭의대‧울산의대‧고려의대 등 의대 교수 비대위 대표들도 참석했다.
최 대변인은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全) 의료계가 대화 창구는 의협으로 통일하고 하나로 움직이겠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 "이제는 정부가 답을 줄 때"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개별 의대 또는 의료계 단체들과 접촉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가 의협과 대화하지 않는 것"이라며 "의협을 개원의 단체로 치부하고 일부 대학과 병원, 단체들과 만나 논의를 해왔기 때문에 사태 해결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행보에 정부는 명령만 반복…국민 건강 볼모로 잡는 건 정부
의협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이달 18일 휴진에 상당히 많은 의료인이 참여할 것을 기대했다.
최 대변인은 "휴진에 대해 회원 중 90.6%가 지지했고, 73.5%가 참여 의향을 밝혔다. 역대 모든 투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였다. 회원들이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서 각자 판단해 휴진에 참여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상당히 높은 참여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전면 휴진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법적인 조치를 예고한 것에 "의료법상 한 달 이상 휴진하는 경우 신고하게 돼 있다.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으니 명령으로 막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다니 업무개시명령 내리고, 사직한다니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듯 정부가 이때까지 해온 게 그런 것 밖에 없다. 결국 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의료농단‧교육농단 사태를 벌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지난 4개월 동안 집단휴진 외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건들지 말고 나머지에 대해 논의하자고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과 환자들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라고 책임을 물었다.
이 같은 호소에도 환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의료계 휴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92개 환자단체들은 의료계 집단휴진을 촉구하며,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고소‧고발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최 대변인은 "의료계는 아직 단체행동을 시작도 안했다. 후배들이 직장과 학교를 떠나 있을 뿐 의사들 단체행동은 지금도 없다"며 "정부가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한 것처럼 악마화하고 지금도 제대로 진료를 못 받아 엄청난 문제가 생긴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래와 응급하지 않은, 조정이 가능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일 뿐, 꼭 필요한 진료는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주중에 개별적으로 진료 조정을 하며 18일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