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더불어 가장 의료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전문의 중심병원' 정책을 두고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의료계는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해 실현 불가한 제도로 대학병원 교수 편중 및 기피현상, 경영난 심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반면 정부 및 시민단체 등은 전공의 파업으로 일시에 무너지는 빈약한 의료시스템을 탈피하고 건강한 진료체계 확립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병원들이 '전문의 중심병원' 구현을 위한 교수 충원 작업으로 구인·구직 활성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수도권 대형병원 구인·구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즉, 지방 대학병원 주요 인력의 수도권 대형병원 이직이 이어져 지역거점병원 인력난 심화 및 고사가 유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대학병원 인력 이탈 후 개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파업 직전에 대학병원급 정신건강의학과에서 2명이 사직했다"며 "대학병원이 추락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 필수진료과 교수들이 퇴직하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직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며 "서울 대형병원들이 전문의 인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 의대교수 계층화 유발
전문의 중심병원 확대가 계속될 경우 지방 대학병원 교수직 기피를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 교수 인력 확대로 지역 대학병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의료계 일각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는 필수 진료과 교수들이 명예를 중시해 임상 및 교육현장을 지켰지만 이번 혼란을 계기로 분위가 달라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변화를 예고했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내 의료환경에서 실현 가능성은 자신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주변 교수들 분위기를 보더라도 명예보다는 실리는 택하겠다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병원 경영난 심화…“지금도 대다수 적자”
병원 경영난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잔다. 현재 대학병원 대부분이 적자인 상황에서 전문의를 확충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인건비 상승 및 의료 재료비는 물론 약제 비용도 오르는 상황에서 전문의 확대를 추진할 시 인건비 폭증을 병원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의료수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비용 상승세로 의료이익이 하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중심병원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 확대나 수가 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