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 중 7648명이 사직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복귀자가 1151명인 것을 고려할 때 미복귀 전공의 1만2380명 중 약 61.8%만 사직 처리된 셈이다. 151개 수련병원 중 41곳은 사직처리 결과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새로 전공의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소속 전공의들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련병원 상위 50곳 중 26곳, 전공의 사직서 수리율 '30% 미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까지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했다"며 "2024년 3월 기준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7648명(56.5%)이 사직 및 임용 포기 처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턴은 임용 대상자 3068명 중 2950명(96.2%),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에는 4698명(44.9%)만 사직 또는 임용포기 처리됐다.
반면 이날 기준 근무자는 인턴 110명, 레지던트 1041명 등 총 1151명(8.5%)에 불과했다.
이를 종합할 때 전체 미복귀 전공의 1만2380명 중 사직 처리된 비율은 61.8%에 그친다.
특히 전공의 수가 제일 많은 50개 병원 중 26곳은 소속 전공의 대비 사직처리 비율이 30%가 안됐다.
가령 한림대강동성심병원은 전공의 114명 중 22명(19.3%)만 사직 처리됐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은 124명 중 24명(19.4%), 한림대성심병원은 148명 중 29명(19.6%) 등 사직 처리율이 20%에도 못미쳤다.
다수 지역거점국립대병원도 사직 처리를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병원은 기존 소속 전공의 285명 중 82명(28.8%)을 사직처리했고, 충남대병원 245명 중 70명(28.6%), 부산대병원 244명 중 62명(25.4%), 전북대병원 212명 중 56명(26.4%)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들 병원은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는 임용 포기 형태로 처리하되, 레지던트 2~4년차의 경우 사직 처리를 보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수련병원들의 사직 처리 비율이 낮은 배경에는 금년 초까지 함께 했던 제자들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교수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 A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사직서 수리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며 "전공의들 요청대로 사직서를 수리하자는 쪽과 처리를 미뤄서라도 전공의들과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양쪽 모두 전공의 뜻을 받아들이자는 생각은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방 수련병원의 경우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소수 전공의만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역 병원은 지원자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9월 전공의 모집에도 충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소속 전공의들 복귀를 기대하는 편이 더 가능성 있다는 판단이다.
사직서는 수리했지만 9월 모집은 최소화…"제자들 기다리겠다"
미복귀 전공의 대부분을 일괄 사직 처리한 수련병원 중에서도 일부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모를 최소화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기존 전공의 204명 중 141명(69.1%)을 사직처리했으나, 9월 전공의 모집 때 단 6명만 충원하겠다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했다. 사직 처리 인원 대비 4.3%에 불과한 규모다.
서울대병원도 739명을 사직 처리하고 191명(25.8%)만 모집하기로 했으며, 고대의료원 역시 499명을 사직 처리했지만 모집인원은 258명(51.7%)만 신청했다.
부산대병원은 기존 전공의 244명 중 62명만 사직 처리한 가운데, 9월 모집인원은 단 1명만 신청했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B교수는 "전공의들 사직서는 수리했지만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경우 9월, 아니면 내년 3월에라도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이 기존 전공의들 자리를 메우게 되면 앞으로 사제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원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