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개혁 최우선 과제로 상급종합병원 기능 재정립을 위한 대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그 윤곽이 서서히 잡히는 모습이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두고 동네의원과 경쟁하는 구조를 과감히 탈피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드리운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기대 보다 우려가 큰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대대적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증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공의에 대한 과중한 근로 의존도를 낮추고 중증‧응급 중심 진료체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등 왜곡된 의료 이용체계까지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중증환자 비중 확대 △지역 병‧의원과의 협력체계 강화 △일반병상 5~15% 축소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 등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데일리메디가 확보한 추가자료에 따르면 각 항목별로 보다 구체적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혁신 방안이 논의 중이다.
정부는 우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등 5개 분야로 나눠 진행하다는 복안이다.
진료 분야의 경우 상급종병에서 다뤄야 하는 질환으로 △2차 병원에서 의뢰한 환자 △전문질환질병군(DRG-A) △중증응급(KTAS 1-2)으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환자 등을 지목했다.
의료전달체계 최상위 병원답게 희귀성 질환, 합병증 가능성이 높은 질환, 치사율이 높은 질환, 진단 난이도가 높은 질환, 생명이 위급한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토록 하겠다는 의지다.
대신 상급종합병원들이 적합한 진료 비중 및 필수의료 실적을 평가해 보상에 반영하고, 향후 상급종병 지정평가와도 연계시킨다는 계획이다.
‘진료협력’ 분야는 현재 유명무실하게 작동 중인 의뢰-회송 시스템 내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경증환자들이 쉽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지 못하도록 2차병원 의사 소견과 진료기록 첨부를 의무화 하고, 이를 무시한 경증환자는 협력병원으로 회송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차 병원을 거친 중증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기 없이 상급종병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패트스트랙’을 적용한다.
‘병상’은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의 5~15%를 축소하고, 중환자 병상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추진키로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경우 전체 1150병상 중 중환자 병상은 195병상으로, 17%를 차지한다. 반면 국내 상급종합병원들의 평균 중환자 병상 비율은 10% 미만이다.
대형병원들 병상 확장 억제도 병행된다. 상급종합병원 병상 신설, 증설시 복지부 승인이 필요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지정평가시 5점이 감점된다.
‘인력’ 분야의 경우 전문의 확충과 PA 간호사 활성화가 핵심이다.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의사, 간호사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업무 재설계에 착수한다.
가령 전공의 중심이던 당직 운영체계를 전문의와 PA간호사가 팀을 이뤄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진료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또한 기존 인력 감축 또는 무급휴가 등 고용 단절 없이 지속가능한 운영이 이뤄지도록 병원별 인력 운영방안 계획을 수립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연속근무 역시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밀도 있는 수련을 위해 지도전문의를 확충하고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의료, 공공의료, 일차의료 등의 경험을 두루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수련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오는 8월까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최종안을 확정하고, 9~10월 중으로 시범사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시범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3년 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