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이변이 생기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나'였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은 처참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술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1일 올해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땜질식 정책으로는 전공의 마음을 더 이상 돌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시간에 5만명을 넘긴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해주고, 신속하게 국정조사를 추진해줄 것도 요청했다.
전국의 수련병원 126곳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하반기에 수련을 시작할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모집을 완료했다.
이번에 모집한 전공의는 총7645명으로 유형별로는 인턴이 2525명, 1년차 레지던트 1446명, 상급년차(2~4년차) 레지던트 3674명이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하는데 반발해 사직서를 던지고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자 대학병원들은 경영 악화 및 인력난에 허덕였다.
정부는 의료 정상화 및 전공의 수련 과정을 회복하고자 하반기 모집 응시자에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공의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결과를 두고 의협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종료됐고, 우리 예상대로 지원율은 극히 미미했다"면서 "정부 갈라치기 술책, 행정명령 철회, 수련 특혜 등이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공의와 의대생 요구사항 수용하지 않으면 정부 내놓는 대책은 실패 연속"
이어 "의료계가 누차 주장했듯이 전공의와 의대생들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그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실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며 "아둔한 정부만 모르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동안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취해왔다고 의료계는 비판했다. 앞에선 손을 내밀고, 뒤에선 경찰 조사를 지속하며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제시한 의대 증원 철회 등 7가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타협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자면서 노골적으로 겁박을 시도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최근까지도 의협 지도부 소환 조사, 의료계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성 수사 등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잡는다고 으름장을 놓고, 수련 보이콧 시 법적 대응을 한다고 엄포를 놨다"며 "앞에서 대화하자 하고 뒤에서 가차없이 공격하길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왜 2000명 증원이 필요한지, 꼭 내년에 시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해법이 없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국회 회부요건을 충족한 2건 이상 국민청원을 국회 해당 상임위에 회부해줄 것을 촉구했다.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 조사 요청'은 물론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한 교육부 청문회 요청' 관련 청원도 동의 수가 5만건을 넘겼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복지부와 교육부는 국민 앞에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작용을 양산할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한국의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의료진들을 악마화하며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식으로는 의료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며 "미래 의사 없이, 전공의 없는 전문병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