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상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전문의 중심병원 구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 2차 의료기관과 3차 병원 간 연계 시스템이 선결 과제라는 의견이 모였다.
당장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5~15% 줄이고 경증환자 진료를 축소하면 초래될 경영 문제, 전문의 고용 문제, 전공의 수련, 국민 공감대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의료계 전문가, 소비자·환자단체와 함께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희귀질환만 다루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참여 병원은 3년 내 병상 5~15%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이런 계획의 주요 쟁점인 재정손실 보상 방안 및 인력 구조조정, 국민의 동의, 경증·중등증 의료수요 대응에 대한 생각이 공유됐다.
1·2·3차 모든 시스템 변화 필요···수요 통제없이 상급종병 역할 전환 요구 무리
임종한 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인하의대 교수)은 3차병원 구조전환은 1,2차 병의원 구조전환과 동반돼야 한다고 봤다. 즉, 의료체계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은 협력기관인 1, 2차 병원의 근본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매달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이 생기기 전부터 추적해 환자를 관리하고 누구보다 1차병원에서 잘 판단하고, 2·3차병원으로 보내는 유동적 시스템이 있다면 환자들의 신뢰가 쌓인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 수요를 통제하지 않으면서 상급종합병원에만 역할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고대안암병원 교수)은 “병상 축소는 병원 마다 엉뚱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도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역할 재정립 방향은 맞지만, 수요를 통제하지 않으면서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1, 2, 3차 의료기관의 유기적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아닐지라도 이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수요 통제를 위해서는 국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소비자·환자 측도 공감했다.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동네병원에서도 진료 가능한데 상급병원에 오는 환자들에 대한 국민 교육도 중요하다”고 했다.
문미란 소비자시민모임 대표도 “1차의료·지역의료살리기부터 발표하고 구조전환을 실시하는 게 전개상으로 맞다”고 봤다.
경증진료 손실 보전 재원 충분한가···단계적 감축으로 충격 완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실시하면 경영 문제와 인력 유지 문제도 필연적인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경증환자 축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줄 재원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줄어든 수입을 채워줘야 병원을 유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엄격히 15% 가량의 병상을 줄이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감축해 병원들이 입을 타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미 여러 병원들이 분원건립 추진 중인데 상급종합병원 기준 1병상 당 7~8억 정도가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엄격하게 15%로 감축 비중을 정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감축하면서 충격을 완화해야 지속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전문의 중심병원을 구축한다면 전문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은 “전문의들이 전공의 역할을 하는건지, 다른 누군가가 한다는 건지, 전문의들은 준비가 돼 있는지 따질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다 전문의를 하지 않겠다고 전공의들이 사직했고, 지방병원에는 전문의가 없다고 하는데 갑자기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는 건 모순적이지 않냐”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