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추가모집에도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지면서 인력 부족을 겪는 수련병원들이 사직 전공의들을 일반의 형태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련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기적 근무라는 한계상 당장의 의료공백 일부만 해소하는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창원병원은 최근 내과‧외과 병동 야간 당직 또는 중환자실 전담의를 맡을 일반의 초빙공고를 냈다.
전공의 수련경험자를 우대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급여는 월 700만~800만원을 제시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지난 8일 병동 인턴 업무 등을 담당할 일반의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인턴 과정 수료자를 지원자격으로 제한했으며,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협의 사항으로 뒀다.
부산백병원은 지난달 31일부터 내과 15명, 마취통증의학과 6명, 응급의학과 6명, 기타 진료과 3명 등 총 30명의 일반의를 선발하는 채용공고를 게시했다. 해당 진료과의 경력이 있을 경우 우대된다.
일반의 채용을 시작한 한 수련병원 A교수는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전문의까지 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아 있는 인력의 업무 과중이 계속 되고 있다"며 "병원에서는 어떻게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일반의 채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지만 지원율은 1.4%에 그쳤다. 오늘(9일)부터 하반기 모집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복귀 기대감은 현저히 낮다.
이런 상황에 막대한 적자와 더불어 상반기에만 대학병원을 사직한 교수 규모가 지난 한 해 수준에 이르며 일선 병원들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자 일반의 채용이라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내년 2월까지 한시 계약직…"2025년 상반기 복귀도 불투명, 사실상 대책 없다"
다만 일반의 채용을 통한 의료공백 해소는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지역 수련병원 B교수는 "전공의들도 한시적으로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지, 계속 병원에 남아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련을 이어갈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병원들 역시 사직 전공의들을 염두에 둔 일반의 채용은 단기적 대책으로 한정하는 모양새다.
중앙보훈병원은 내과 5명, 신경과 2명, 외과 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2명, 정형외과 4명, 신경외과 3명 등 일반의 19명을 6개월 계약직으로 채용 중이다.
약 한 달 전부터 일반의 상시모집을 진행 중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도 13명의 일반의를 모집하며 계약기간을 내년 2월 28일까지로 뒀다.
현 사태의 변화에 따라 내년도 상반기 모집 때는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역 수련병원 C 교수는 "내년에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전공의나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그냥 끝장을 내려고 하는 것 같다. 정권이 망하든 자신이 전문의가 못 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지금 대책은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