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 "환자 응급실 뺑뺑이 일상" 호소
전공의 19명, 이달 16일 국회 청문회 앞두고 "사태 해결" 간청 서신
2024.08.14 12:29 댓글쓰기

"평소라면 살았을 환자가 수용불가 통보에 좌절하며 죽고 있다. 모두가 사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


한 수련병원 내과에서 수련받다가 사직한 전공의 박모씨는 오는 16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의료사태 심각성을 알리는 서신을 보냈다.


박씨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숨기고 있는 의료현장 실체를 폭로하겠다"며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에 게시된 대구‧부산 지역 대학병원의 응급진료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대구‧부산지역 대부분 대학병원, 야간 진료 및 수술 불가"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대구‧부산지역의 대부분 대학병원은 야간 진료 및 수술이 불가했다.


구체적으로 경북대병원은 이비인후과,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등 12개 진료과, 계명대동산병원은 신경과, 안과 등 11개 진료과,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정형외과 등 13개 진료과, 영남대병원은 신경과, 소화기내과 등 15개 진료과, 칠곡경북대병원은 간담췌외과, 안과 등 13개 진료과가 일부 또는 전체 응급진료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게시했다.


대부분 사유는 '의료진 부재' 였다.


부산의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역시 다수 진료과가 야간 응급진료가 불가하다고 알렸다.


8월 초부터 대구 한 요양병원에서 당직의사로 근무 중인 박씨는 "야간에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진 부족 문제로 전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 간 해당 병원을 다녔던 환자마저 전원을 받아줄 수 없다는 절망스러운 통보만 받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제 응급실 뺑뺑이는 일상이 되고 있다"며 "수많은 앰뷸런스가 환자를 실은 상태에서 뺑뺑이를 당하고 있지만 별다른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대구와 부산 외 다른 지역도 다를리 없다"며 "이 사태에 대해 정부와 복지부가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원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며 "부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직 전공의 박모씨가 공개한 부산대병원의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 현황 자료.


"청문회서 의료농단 내막 낱낱이 밝혀달라"


박씨 외에도 18명의 사직 전공의들은 각자 서신을 통해 의대 증원의 부당성을 피력하며 이번 청문회에서 그 부당성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랐다.


이비인후과 사직 전공의 조모씨는 "정부는 밀실회의와 본인들 입맛에 맞는 몇 개의 논문, 그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는 추후 의료인력 추계를 위한 위원회를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장기적, 지속적으로 연구해 그에 따라 증원 또는 감원 등을 결정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사직 전공의 이모씨는 "바이탈을 선택한 지금의 전공의들은 돈 안 되는 것 알고 선택한 사람들이다. 다시 그 사명감과 애정이 들 때까지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반의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당직도 없고 주 5일 8시간 근무 중이다. 월급도 2배 이상이다. 수련을 받으러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상의학과 사직 전공의 윤모씨는 "대부분 지방병원 및 서울의 주니어 스텝들은 이 일이 있기 전에도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전문의 중심병원은 허상이며 당장 내년부터 대학병원 전문의 수가 급감할 것"이라며 "남은 의료시스템이라도 살리기 위해 부디 정부의 폭정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직업환경의학과 사직 전공의 주모씨는 "이번 청문회에서 의료농단의 내막을 낱낱이 밝혀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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