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속에서도 노인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요양병원을 적폐 취급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처해 있는 요양병원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책을 맡은 제11대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의 의지는 결연했다.
29일 열린 대한요양병원협회 정기총회에서 공식 취임한 남충희 회장(영남요양병원 이사장)은 필사즉생(必死則生) 각오로 작금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천명했다.
이러한 의지에는 지난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요양병원 경영자 간담회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절감했던 비통함이 투영돼 있다.
남충희 회장은 “‘제발 살려달라’는 요양병원 원장과 이사장들 호소에 마음이 천근만근”이라며 “이들은 턱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만 억압하는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며 “각자도생은 공멸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단단한 결속력을 통해 난국을 헤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금의 현실은 요양병원들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당수 입원환자가 코로나19 사태에 사망했고, 일부는 요양시설로 옮겨갔다. 또한 최근에는 가정에서 재가방문요양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요양병원 공실률이 늘고 있다.
입원환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인상률,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다 보니 요양병원들의 경영난은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날도 걱정이다. 특히 남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방문진료에 우려를 표했다. 방문진료는 동네의원, 방문재활은 재활의료기관에 맡기다 보니 요양병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우려다.
그는 “이런 정책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퇴원하면 환자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요양병원 의료진이 방문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자 정보가 부족한 동네의원에서 방문진료를 담당하면 심각한 의료자원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충희 회장은 임기 중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수가 현실화’와 ‘간병 급여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5개 환자분류군을 질병군별, 중증도별 기능 분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수가체계로 개편하고 이를 통해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올해 안에 간병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을 목표로 회무를 집중시킬 것”이라며 “병동별 급여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충희 회장은 오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대비해 지역 조직 활성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역별로 결속력을 다져 선거판에서 요양병원들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요양병원 대표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만나 요양병원 현실을 알리고 공약에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적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다 죽을 수 밖에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를 찾아가든, 시위를 하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참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충희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