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발로 학칙 개정을 부결시키거나 확정짓지 않았던 대학들이 속속 증원을 확정하고 있다.
지난 16일 의료계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기각되고 오는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 심의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증원을 확정하되 정부의 내년도 인원에 한해 자율모집을 허용한 조치에 따라 증원분 일부만 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선 이달 7일 전국 국립대 의대 최초로 의대 증원 학칙개정안을 부결시키며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정했던 부산대가 21일 결국 증원을 확정했다.
前 총장의 재심의 요청으로 부산대는 21일 교무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학칙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현 정원은 125명인데, 대입전형시행계획상 200명으로 확정짓고 내년에 한해 164명을 뽑기로 했다. 이는 정부 배정분인 75명에서 약 50%를 줄인 인원이다.
회의는 표결이 아니라 교무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최근 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 판결 등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과 교수진의 반발은 여전했다. 이날 개정안 재심의 전 부산의대생과 교수들은 대학본부 로비에서 교무위원들에게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돼 날림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정부로부터 배정받았던 충북대도 증원을 확정지었다. 이에 기존 49명이던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되, 내년도는 50%만 반영해 125명을 모집할 방침이다.
충북대 또한 마찬가지로 학칙개정안을 두고 교무위원들이 논의했고, 회의에서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개정안이 통과했다. 이날 충북의대 학생들은 교무회의 장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의대 증원에 반대했다.
강원대와 경상국립대도 의대 증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강원대는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관련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켜 기존 49명에서 정원을 91명으로 늘린다. 정부가 배정했던 132명보다는 적은 인원이다.
강원대 학생들도 "강원의대 증원은 의학 교육을 위해 교육 시설 증축과 병원 개선이 준비 돼 있어서인가, 정부의 외압으로 마지못해 증원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존 76명에서 200명의 정원을 배정받은 경상국립대는 학무회의를 통해 138명을 내년 입학정원으로 정했다. 22일 교수대의원회, 대학평의원회 최종심의만을 남겨뒀다.
40명 정원을 보유했던 차의과대는 정부가 배정한 인원대로 총 80명을 뽑는 방향으로 학칙을 개정했다. 지난 20일 학교법인 성광학원은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이 개정했고, 22일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차의과대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심의를 받지는 않는다.
부결 제주대, 충남대·순천향대 등 학칙개정 예고
마찬가지로 부산대에 이어 학칙개정안을 내부에서 부결시켰던 제주대(현 정원 40명)는 오는 23일 재심의가 예고돼 있다.
충남대도 23일 학무회의, 30일 대학평의원회 심의가 예정돼 있고, 순천향대도 이달 안에 학칙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건양대, 을지대, 단국대는 학칙을 개정한 상태다. 건양대는 49명에서 100명으로, 을지대는 40명에서 100명으로, 단국대는 40명에서 8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의대 운영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간담회를 통해 "늘어난 의대 입학정원 반영 학칙개정을 마무리하고 입시요강을 공표하는 절차를 차질없이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