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을 갖춘 외상 전문의가 외상센터나 대학병원 기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때 가중치를 줘야 한다. 가혹한 환경에 놓인 소위 전문가에게 더 특별한 대우를 해줘야만 한다.”
오종건 대한외상학회 회장(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은 대한외상학회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증외상센터 전문가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대폭적인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필수의료 위기로 응급 및 외상 지원 필요성은 커졌지만, 외과쪽에서 외상을 하려는 인원은 점점 줄어들어 소위 말하는 전문가 배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외상학회는 외상 시스템에 대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에 정책적 제언 등 여러 방면으로 분투 중이다. 특히 다학제적 접근을 위해 군(軍) 병원과의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외상학회는 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등이 참여하고 있고, 간호사·응급구조사는 물론 국군수도병원,·의무사령부 등 군까지 협업 중인 유일한 학회다.
문제는 이러한 협업 들에도 불구하고 중증외상센터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고,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원자가 없으니 센터 존폐 위기도 거론된다.
“외상센터 근무 기피, 의사들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
오종건 외상학회 회장은 “수련 받은 사람들에 비해서 외상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적어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중증외상센터의 명맥이 단절되면 당장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트레이닝을 받고 안동으로 간 제자가 있다”라며 “평생 외상의로 살겠다면 집까지 사서 내려갔는데, 몇 달 만에 그만뒀다. 의지를 가져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외상전문의들의 경우 전문의 자격증을 딴 이후 추가로 2년간 수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외상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교 응급센터에 가서 외상만 전담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복지부 시각에선 이는 권역외상센터는 아니기에 외상센터로의 성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투자를 천명했지만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 회장은 “외상센터 근무자가 적은 이유는 환경이 가혹하기 때문”이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손해가 나는 하지 않을 일인데, 의사 스스로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오랜기간 수련 거친 소수 전문의사들에게 합당한 대우 해줘야”
그는 TO(정원)이 충분함에도 기피하는 과목을 지원해 수련을 거친 소수 전문가들에 대해 특별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봤다.
오 회장은 “예컨대 정형외과 의사가 수련을 받고 외상센터나 대학병원 기관에서 근무를 할 때 가중치를 줘야한다”라며 “단순히 어떤 특정 행위별 수가를 100%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미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골절수가를 올린다 하면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의사들도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정말 훈련된 사람에게 제대로 확실하게 보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전문가들이 전국 몇 명이 안된다”라며 “외상센터에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심지어 부울경엔 골반골절 수술할 사람이 없어 대구 쪽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졸업,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이후 또 2년을 수련을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외상센터 뿐만 아니라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까지 폭을 넓혀 외상 전문의 수련을 받도록 하고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오 회장은 “그 일을 하겠다고 추가로 2년 간 라이센스를 따고 인생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며 “누구보다 외상을 더 잘할 뿐더러 또 외상 세부 전문의의 인원수도 얼마 안되는 만큼 예산도 얼마 안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은 백년대계, 전문의 중심 외상센터 수가방식 변화 시급”
그는 “어려운 수련을 거쳐 스페셜티를 갖추고 아주 격한 강도의 업무를 한다”며 “상응하는 특별한 보상이 안되니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국내 행위료가 너무 낮다”라며 “클릭 한번으로 검사 비싼 것을 날리는 사람한테 너무 리워드(보상)가 많이 가게 돼 있다. 지금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상센터는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기 때문에 지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정책수가나 코로나 시기 병상당 수가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외상 세부 전문의 인원이 얼마 안되는 만큼 예산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회장은 “수술 수가를 일괄적으로 올리면 모든 병원에 적용되야 하고 비용도 크다”라며 “일일이 골절 등 올려야 되니까 모든 병원 적용 시 외상센터나 외상전문의는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증외상센터 인력이 부족한 건 확실하나 과거 치료가 불가능했을 환자들을 살리고 있고, 센터 자체는 예방 가능 사망을 실제로 줄이고 있는 등 분명한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사람을 기르는 게 쉽지 않다”라며 “의대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를 지나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사람을 2년 수련해서 외상센터에 보내는 한 명을 길러내는데 왜 성과가 이러냐 하면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전문의 중심병원은 지금 외상센터처럼 전문의에게 직접적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며 “외상 전문의도 대가 끊기기 전에 빨리 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