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권역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방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빅5 병원을 위주로 한 수도권 대형병원 인기과목으로 전공의들이 몰리면서 지방 대학병원 수련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7월 22일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 권역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보다 많은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분란을 조장하고 지역의료를 망가뜨리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수도권 쏠림현상 '우려'
앞서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복지부에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권역 제한'을 제안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직 전공의 복귀 과정에서 지방 전공의들의 수도권 이동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제안이었다.
전북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던 정책이 오히려 지역의료 근간을 뒤흔드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권역 제한을 푼다고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지 모르지만 이번 행보가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소생에는 상당히 동떨어진 행보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역 대학병원 교수도 동일한 의견을 피력했다. 또 현재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 혜택이 없어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산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지방 수련병원에서의 수련에 큰 혜택이 없다면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수의료과 전공의들 기피만 더 심해질 뿐"이라고 토로했다.
"인기과 쏠림 가능성 배제 못해 "
빅5 병원 교수 역시 응시권역 제한 미적용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하반기 모집에서 권역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특정 인기과목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톨릭의료원 소속 교수는 "정형외과와 같은 인기과목의 경우 전공의들이 몰릴 수 있다"며 "출신 수련병원에 대한 인식이 워낙 크다 보니 지역 이탈 전공의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권역을 제한하지 않은 조치는 지역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당초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했던 근본적 이유에 반하는 일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직 전공의 복귀 가능성은 미지수
그럼에도 대부분 교수들은 전공의 복귀 가능성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미 떠난 전공의에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상황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복귀 전공의에 의한 쏠림 현상이 있겠지만, 극소수의 최상위병원 인기과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물론 내과, 흉부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기피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했다.
결국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빅5병원 및 서울권역 특정 인기과 소수 쏠림과 전통적인 기피과인 필수의료과 미지원 현상이 답습된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수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관측이다.
고대의료원 소속 교수는 “일부 복귀가 이뤄져도 기존의 수련병원 시스템은 물론 너무 많은 부분들이 송두리째 흔들려 의료 붕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