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전광역시의사회 수장이 바뀌었다. 의대 증원으로 의료대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선출된 임정혁 회장[사진]은 의협 전문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사회를 대학·종합병원 의사부터 전공의까지 동참하는 단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2027년 2월까지 3년간 의사회를 이끌게 된 그는 충남대 의대를 졸업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대전 서구의사회장과 대전의사회 수석 부회장을 역임했다.[편집자주]
Q. 임기 내 주력할 회무는
의사회 존재 이유는 회원들 권익보호와 의권 신장이다. 러시아 문인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불행하다"는 것이다. 이 문장만큼 가정이나 사회 혹은 단체가 지녀야 할 덕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지 못했다. 행복한 단체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기껏 리더라고 선출했는데, 회원들을 상대로 가르치려 들거나 군림하려는 지도자를 많이 봐왔다. '존경심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경구를 항상 마음 속에 새기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회원들이 찾았을 때 언제나 행복한 가정의 모습으로 대하는 의사회,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의사회다.
Q. 선거 공약으로 기간별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는데
그렇다. 단기 과제로 회비 납부율 올리기, 가입 회원 확대, 신입회원 보살피기 등을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예산 절감을 위한 지출 절약과 고충처리위원회 강화도 단기에 추진하고 싶다. 중기 과제로는 '젊은의사회 리더 그룹 만들기'를 제안했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의사회를 이끌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회에서 펀드를 받아 정책연구소 설립 및 세미나 개최도 추진하고 싶다. 장기 과제에는 회관 건물 신축을 위한 후원금 모금, 회무 등 백서 매뉴얼 제작 등이 있다. 물론 이런 과제들은 모두 의료계가 정상화된다면 하나씩 대전시의사회 회원들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Q. 수도권 환자 쏠림으로 지방 병원들 걱정이 많다
심각하다. 대전에서도 서울로 많은 환자들이 원정 진료를 가고 있다. 지역 내 1차 의료기관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환자들이 먼저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1차 의료기관과 지역 거점병원, 상급종합병원 간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간 의료 자원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본다.
"행복한 단체 되도록 끊임없이 소통‧화합 위해 노력하겠다"
"전공의 사직 장기화, 대학병원 경영 악화는 물론 주변 상권도 타격"
"지역 정치인과 교류 확대 등 시의사회 역할 매우 중요"
Q.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들이 사직했다. 대전 상황은 어떤지
힘들다. 실제 대전 지역의 전공의는 500여 명인데,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3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공의 없이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을 소화 중인 교수들도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자연히 병원 경영이 어려우며, 동시에 주변 상권도 타격을 입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Q. 의정 갈등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 방안은
이 문제는 대전 지역이 별도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의사협회와 한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충분히 협의한 후 진행한다면 합법적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이번 사태로 의사의 정치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의한다. 보건의료 정책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주체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사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목소리를 낼 때 보다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의사들이 현행 법규와 정책에 대해 더 잘 안다면 의사 권익 보호 투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역 정치인과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 의사 리더십 강화, 사회적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의사들의 정치력 강화를 도모해야 하는데, 이는 의사 개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의사회가 이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의료공백 해결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고 있는데
모든 진료는 문진, 촉진, 검사 등 종합적으로 환자 건강상태를 체크해 진단 및 치료로 이어지는데, 비대면 진료는 환자들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와 달리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비대면 진료로 인한 의료 질(質) 저하가 크게 우려된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 확대는 기존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려 지역 병의원 환자 감소를 초래하고, 이는 국민들 의료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지역 개원의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의협을 중심으로 전회원이 단결해 의료 장기화 공백 등을 하루빨리 수습했으면 한다. 의사는 환자 곁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업(醫業)을 행할 때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