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과 진료를 단 1건도 하지 않은 전담전문의가 6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권역외상센터 기능 약화와 예산 낭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수술이 없는 전담전문의에게 1인당 1억2400만원의 국고 지원이 이뤄졌다.
2023년 기준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약 573억원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지침은 年 20명 이상 중증외상환자 진료"
보건복지부 지침상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는 연간 20명 이상 또는 월평균 2명 이상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지침에서 일컫는 ‘진료’란 수술을 포함하면서 외래소생실, 외래 등 진료실적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현재 지침으로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침 미비로 연간 수술실적이 한 건도 없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세부 상황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연간 수술실적이 '0건'인 전담전문의는 총 68명으로 확인됐다.
2019년에는 17명, 2020년에는 32명, 2021년에는 19명의 전담전문의가 수술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연평균 약 22.7명 꼴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전담전문의가 총 198명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11.5%, 9명 중 1명은 연간 수술실적이 없었던 셈이다.
최근 3년 간 연간 수술실적이 없었던 68명을 진료과로 분류해보면 외과 29명, 응급의학과 20명, 흉부외과가 12명, 신경외과 4명, 정형외과 3명이었다.
3년 연속 수술실적이 없는 전담전문의도 전국에 5명이 존재했다. 이는 업무 특성상 수술이 힘든 응급의학과를 제외한 수치다. 심지어 5명 중 3명은 외래 진료실적도 전무했다.
수술과 진료를 합쳐 연간 20건 미만의 전담전문의는 2019년 34명, 2020년 44명, 2021년 39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진료과는 외과 20명, 응급의학과 8명, 흉부외과 6명, 정형외과 5명 순이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전담전문의 근무 형태는 수술, 외래 진료 외에도 외상진료구역 처치 및 진료, 외상중환자실 입원환자 진료 등 다양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상당수 전담전문의 연간 수술 및 외래 진료실적은 최소 수 십건에서 최대 수 천건에 달했다.
일례로 2021년 기준 한 전담전문의 수술 및 외래 진료실적은 무려 3078건(수술 549건, 진료 2529건)이었다. 실적 미비 전담의가 다수임에 따라 예산낭비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전담전문의는 매년 1인당 평균 1억3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1인당 연간 최소 지원액은 1억2400만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2023년 기준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약 572억9000만원에 달한다.
인재근 의원은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 전담전문의가 생기면 중증외상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담전문의가 적극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개선해야 한다"며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목적에 맞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외상외과(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2명 이상,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으로 구성된 외상팀을 기반으로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수를 지정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