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주홍 이영섭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법정 다툼도 심화하고 있다.
3일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종일 정부 처분에 반발한 소송 제기와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의과대학 학생 측이 가처분 신청 기각에 반발, 같은 재판부가 맡은 유사 사건 심문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을 대표해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진료유지명령·사직서수리금지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소장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는 수련 이수와 근로 여부를 자유 의사결정에 따라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헌법과 근로기준법, 전공의특별법상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 유지 명령으로 인해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며 "이는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국가와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가 강원대·제주대·충북대 의대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전날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그는 항고장에서 "채권자(의대생)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2천명 증원 결정 등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된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원심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며 "법원이 한쪽 당사자인 정부의 편을 들어주고 '시간 끌기'에 동조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의대 학생 측은 이날 같은 재판부에서 맡은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의대생 1천786명이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는 불참했다. 앞선 사건 기각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 사건의 결과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인 지난달 30일 가처분 신청과 같을 것이 명백한 만큼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의대생 측의 불출석으로 이날 심리는 정부 측 의견만 듣는 것으로 종결됐다.
심문에 출석한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는 "나의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고 타인을 배제해달라는 주장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증원 때문에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 해도 이는 향후 여건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가처분 신청으로 권리를 보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박명하 전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받은 면허정지 처분의 집행정지 여부를 둘러싸고도 '2차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날 서울고법 행정8-1부(정총령 조진구 신용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의료갈등을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정책적으로 해결해야지 강압적 행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국민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처분을 정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 대리인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면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민건강과 안전에 있어 영향이 있어서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면허 정지로 입을 손해보다 공공복리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더 크다"며 박 전 위원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항고심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필요한 서면과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