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꺼낸 최후의 카드가 환자들의 애절한 호소에 5일만에 접혔다.
교수들은 계속 정부에 저항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의대에서 시작된 집단휴진은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교수들이 적극 참여키로 한 의료계 단일창구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불참, 전반적인 의료계 투쟁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체 교수들 투표 결과를 토대로 무기한 집단휴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지난 20~21일 소속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진 관련 투표 결과 응답자 948명 중 689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20.3%인 192명에 그쳤다.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가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에 앞서 실시한 투표에서는 68.4%가 전체 휴진에 찬성했으나, 보름 사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그 배경에는 환자들의 호소가 있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을 전후해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 등과 만나 휴진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했으나 오히려 교수들은 그 자리를 통해 휴진에 대한 죄책감만 더 커졌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집단휴진을 강하게 비판하자 "환자들에게 참 못할 짓을 했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이어 "저희가 생각하는 휴진이 어떤 것인지 먼저 상세히 알려드리고 집단휴진을 선언했다면 안심하고 이해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서툴고 성급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기자회견 등에서 환자단체와의 만남을 언급할 때마다 심적 부담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는 무기한 휴진 첫날 기자회견장에서 "휴진을 일주일보다 더 조절할 계획이 없다"며 무기한이 아닌 일주일 휴진을 시사했다가 비대위가 부랴부랴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정정한 바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국회에서도 간곡한 당부를 줬다. 환우회와 소비자단체 역시 같은 마음을 전했다"며 "집단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라고 했다.
가톨릭의대‧성균관의대 휴진 결정 영향 주목
서울의대 비대위가 휴진 5일만에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른 빅5 병원 휴진 움직임에도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가 이달 초 휴진을 결의하면서 다른 병원들도 연쇄적으로 휴진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희경 위원장도 "연쇄 휴진의 첫 번째 순서가 된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며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은 전혀 아니었고 저희와 같은 시기에 휴진하는 다른 의료기관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대 비대위가 이달 27일, 서울아산병원이 내달 4일 휴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삼성서울병원 등 성균관의대 비대위와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이번 주말 향후 휴진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방재승 서울의대 비대위 투쟁위원장을 비롯해 교수들이 적극 참여키로 한 대한의사협회 산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도 출발부터 꼬이고 있다.
의료계는 교수, 개원의, 전공의들을 아우르면서 통합 방안을 모색코자 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의 합류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써는 불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불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18일 전면 휴진을 진행하며 투쟁 전선을 가다듬은 의료계가 일련의 사건들로 흔들리는 모습을 가운데 이른 시일 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