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연달아 휴진을 예고했던 교수들이 환자들의 아우성에 결국 한발 물러섰다.
연쇄 휴진의 시발점이었던 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휴진 철회 이후, 의료계 전반의 투쟁 동력이 뚜렷하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지만 비교적 병원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세브란스병원은 27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외래진료가 5~10% 정도 감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병원 안팎에는 '정상 진료 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크게 붙어있었다.
앞서 연세의대 비대위가 지난 9~11일 실시한 휴진 관련 설문조사에서 교수 중 72.2%가 무기한 휴진에 찬성했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휴진 참여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 배경에는 연세의대 비대위가 이번 휴진 동참 여부를 교수들 개인의 자율에 맡긴 것도 있지만, 앞서 서울대병원 등 서울의대 비대위가 무기한 휴진을 철회한 것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으나, 5일 만인 21일 돌연 휴진을 철회키로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긴급대담에서 "서울대병원이 닫혀있다는 풍문 자체가 국민께 위협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휴진을 서둘러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학 교수들 역시 서울의대와 같이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우려하며 각기 휴진을 논의했으나, 서울의대가 휴진을 철회한 뒤에는 환자들의 불안을 깊이 염려하며 진료를 중단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오후 6시 전체교수 회의를 연 뒤 "환자들과 국민을 위한 고뇌 끝에 일정 기간 휴진하는 조치를 일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대의대 비대위가 지난 20~24일 소속 교수 800명의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2명 중 절반 이상이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휴진에 찬성했음에도 비대위는 "일정 기간 이상의 휴진 추진 시에 환자들이 겪을 불편과 불안감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휴진을 유예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교수들로 이뤄진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무기한 휴진을 유예키로 했다.
휴진 시 환자들이 직접적인 불편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밖에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25일 교수 회의를 소집 후 무기한 휴진은 하지 않기로 했으며, 무기한 휴진에 동참 의사를 밝혔던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28일까지 소속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휴진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쇄 휴진의 선봉에 서고 단기간에 접은 서울의대 비대위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강 위원장은 "끝까지 목소리를 내야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저희 상황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밖에서 보기에는 현재 의료상황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휴진하지 않으면 교수들이 사직하거나 순직할까 우려된다"며 "앞으로 절대 휴진을 안 하겠다는 말은 못하겠다"며 휴진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