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경기 하남시에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H2프로젝트’ 사업자로 명지병원(IBK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을 두고 지역주민들 반발 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남시의회가 이 사안에 대해 하남도시공사 측에 이유를 물었다.
16일 하남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H2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이학수 하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약 5시간에 걸쳐 질의했다. 이 날 본회의는 하남시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앞서 지난달 하남도시공사는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IBK컨소시엄(명지병원)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공모에 참여한 한화컨소시엄(경희대병원)이나 디엘이앤씨컨소시엄(차병원)을 제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명지병원이 선정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시의원들은 “‘네임밸류’가 더 높은 경희대병원이 왜 명지병원에게 밀렸나”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하며 이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성삼 하남시의회 부의장은 “경희대병원이 가진 타이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또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나 역시 다른 명지병원이 경희대병원 부가가치를 능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자세한 배점 내역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 사장은 명지병원 측이 "다른 두 병원보다 전폭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평가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매겼다"고 밝혔다.
차병원은 투입 공사비 적고 경희대는 공사 투자비 없다 vs 명지병원 "수익 공공환원율 100% 제시"
그에 따르면 경희대병원과 차병원은 ‘종합병원과 80병상 규모 전문병원’ 정도의 목표를 세운 반면, 명지병원은 ‘본원을 능가하는 상급종합병원’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하남시에 대학병원이 설립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상급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들어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존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은 당초 50점의 가점을 받고 시작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점수차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3개 병원 모두 500병상 규모 의료기관을 제안했는데, 여기서 명지병원과 차병원은 80병상 규모 전문병원을 추가로 들이겠다고 했고, 경희대병원의 경우 추가 병원에 대한 제안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명지병원이 공언한 자기부담금 액수도 다른 두 병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사장은 “구체적으로 명지병원은 공사비 ‘800억원’을 자부담하겠다고 나섰고, 차병원은 이보다 더 적은 공사비를 제시했으며, 경희대병원은 공사비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사업 기간 중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공공환원율도 명지병원과 차병원 각 컨소시엄이 100%를 제시한데 비해 경희대병원 컨소시엄은 10%만 계획안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이미 주변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과 달리 H2프로젝트는 2~3년에 걸쳐 그린벨트지역을 해제하는 작업부터 시작 된다”며 “그린벨트지역은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환원율에 대한 부분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랜 질의가 오갔지만 이 날 본회의에 참석한 하남시 의원들은 하남도시공사 측에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박진희 하남시의원은 “어떤 병원이 들어오는지는 지역민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 예전부터 우려가 컸다”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BK 컨소시엄 주축인 롯데건설에 다른 병원과 다시 얘기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관련한 롯데건설 측과의 질의응답을 공개해야 한다. 지금으로써는 시 의회가 이 사안을 의결할 수 없다”고 말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영준 하남시의원은 “IBK컨소시엄 측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특정 어린이시설 사업체가 포함돼 있는데, 확인 결과 해당 사업체는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 컨소시엄 측의 명확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3개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일부가 유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학수 사장은 “필요하다면 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